(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2년 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급생 4명의 목숨을 빼앗고 7명을 다치게 한 10대 피고인에게 법원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 30일 디트로이트 북부 교외도시 옥스퍼드의 옥스퍼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사건의 피고인 이선 크럼블리(17)가 이날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주재한 콰메 로우 판사는 크럼블리가 범행에 앞서 광범위한 계획을 세운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는 언제고 마음을 바꿀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중형 선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크럼블리는 범행 당일 학교 안을 돌아다니며 '처형'·'고문'할 대상을 골랐다"며 "그는 사건 발생 이전부터 폭력에 집착했고 교도소에서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크럼블리는 1급 살인·테러 포함 24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유죄를 인정했다.
로우 판사는 사건 발생 당시 크럼블리의 나이가 15세에 불과했지만 죄질을 고려할 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검찰은 "크럼블리의 양형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의 조정 협상이나 합의가 없었다"면서 "'계획적 살인'과 '사망을 초래한 테러' 혐의의 양형 기준은 각각 최소 징역 25~40년"이라고 설명했다.
크럼블리는 최후진술을 통해 "난 정말 나쁜 사람이다. 누구도 해서는 안될 끔찍한 일을 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원하는 형벌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크럼블리의 변호인은 "지난 2년새 크럼블리를 175차례 만나 들은 이야기를 모두 다 전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70대 후반에라도 석방될 가능성이 있는 형량을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크럼블리가 죄를 뉘우치고 회복되어서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로우 판사는 그의 갱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우 판사는 "크럼블리가 변화를 원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크럼블리는 수업 시간 중에 인터넷을 통해 무기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적발돼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한 다음날 아버지의 총을 가지고 학교에 가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14~17세 학생 4명이 숨지고 6명의 학생과 교사 1명이 다치었다.
유족들은 크럼블리에게 사형이 선고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시간주는 1963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한편 크럼블리의 부모 제임스와 제니퍼도 아들에 대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고 총기를 방치한 사실 등과 관련해 4건의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23일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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