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말라" 中자본시장 비판한 저명 금융학자 SNS 차단

입력 2023-12-09 10:51  

"주식 투자 말라" 中자본시장 비판한 저명 금융학자 SNS 차단
"中 자본 제도 완벽하지 않아…부의 분배 불공정, 정의 결여" 직격
"대주주, 보유 지분 처분 몰두…구조적 문제 해결된 뒤 투자하라"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자본시장의 병폐를 지적하며 주식 투자 자제를 권고한 중국 저명 금융학자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차단됐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9일 보도했다.

더우인(?音·중국판 틱톡)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의 SNS 플랫폼들은 최근 중국 최고의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류지펑 계정의 게시와 팔로워를 금지했다.
류지펑의 더우인 계정은 지난 5일 올라온 영상이 마지막이었고, 그의 웨이보 계정은 사라진 상태다.
류지펑의 SNS 계정 차단은 그가 최근 잇달아 중국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비판한 직후 이뤄졌다.
그는 지난 1일 SNS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자본시장 제도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지금은 주식 투자를 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주주가 회사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시장 진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허쉰 재경' 연례 총회에서도 특별 강연을 통해 "중국이 개혁 개방한 지 45년, 자본시장 제도를 도입한 지 33년이 됐지만, 자본시장의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10명 중 한 명만 이득을 취하고, 9명은 손실을 본다'는 말로 지금의 중국 주식시장을 표현한다"며 "대주주가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관계 없이 상장한 뒤 홀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또 "중국은 지난 16년 동안 52차례 종합주가지수 3,000선을 오르내리며 정체돼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가 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자본시장에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고, 상장 업체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대주주들이 경영에 집중하며 소액주주들과 상장의 성과물을 공유하는 대신 보유 지분을 처분,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데만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중국의 자본시장은 개혁개방 이후 부의 분배가 불공평하고, 정의가 결여된 시장이라고 직격한 그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중국의 종합주가지수가 4,000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지펑은 "장기간 3,000선에서 횡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5일 SNS에 올린 마지막 게시물에서 "당국은 증시 발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금융을 중시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이 발전해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이 좋아져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법대 자본금융연구원장 겸 국가사회과학 펀드의 수석 전문가인 류지펑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증권법과 선물거래법 등 중국 자본시장 관련법 초안 마련에도 참여했고, 270여 개 기업의 주식 재상장과 투자 방안을 설계해 중국 최고 금융전문가로 꼽힌다.
중국 당국은 최근 침체한 주식 시장 부양을 위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부 펀드인 중국투자공사의 자국 내 투자를 전담하는 중앙회금투자유한책임공사는 지난 10월 6천500만 달러(약 858억원) 규모의 국영은행 지분을 매입한 데 이어 100억 위안(약 1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매입했다.
중국 양대 국유 보험사인 신화보험과 중국생명보험은 지난달 29일 각각 250억 위안(약 4조6천억원)씩 출자한 사모펀드 회사를 설립, 우량 상장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는 공매도 감독을 강화했고, 보험회사들의 주식 장기 투자를 허용했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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