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중금속 오염수가 수달 찾는 1급수로…"광해피해 최소화"

입력 2023-12-10 11:00  

폐광 중금속 오염수가 수달 찾는 1급수로…"광해피해 최소화"
광해광업공단, 강원도 태백 '함태 수질정화시설', 기자단에 공개
강원랜드 앞 '광부의 삶' 기념하는 '탄광문화공원'…2025년 개관준비 '착착'



(태백·정선=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폐광에서 나온 중금속 오염수로 붉던 하천이 정화시설이 들어선 뒤에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찾는 1급수로 변했습니다."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의 영광을 이끌던 석탄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전국의 폐광에서 발생하는 토양·수질 오염 등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1910년대 일본에서 처음 보고된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 인근 광산에서 흘러나온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본, 미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폐광수 등 광해(鑛害)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2007년부터 5년 단위의 '광해 방지 기본계획'을 수립,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광해광업공단을 통해 광해 방지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60∼1980년대 '산업 전사'로 불리던 광부들의 고단한 삶을 조명하고 예술·체험 등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 중금속으로부터 '식수원' 낙동강 상류 지키는 함태 수질정화시설
지난 7일 산업부 기자단이 광해 방지사업 현장 취재를 위해 찾은 강원도 태백시 '함태 수질정화시설'에서는 폐광에서 흘러나온 오염수 처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시설은 1954년부터 1993년까지 약 40년간 운영되던 함태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유출되는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2004년 10월 들어섰다.
함태탄광 갱도에서 나온 지하수는 광산에서 배출된 황철석, 황화광물 등이 산화하면서 중금속에 오염된 산성수로 변하는데,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면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



이 시설은 폐광 오염수를 유도해 '폭기조→pH 조정조→응집조→침전조→여과조' 5단계 공정을 거쳐 중금속이 제거된 물로 정화한다.
폭기조로 흘러든 산성이 강한 오염수에 송풍기로 공기(O₂)를 주입하면 철분(Fe)은 수산화철로 바뀐다. 이어 pH 조정조에서 중화제(소석회)가 투입되면 망간(Mn) 성분은 수산화망간으로 변한다. 이후 응집조에서 응집제(폴리머)를 투입해 산화된 철 등을 응집해낸다.
이런 과정은 물에 녹아 있는 철과 망간 성분을 응고시켜 분리해 내기 위한 것이다.
침전조에서는 중력 작용에 의해 물 아래로 가라앉은 철·망간 침전물(슬러지)을 분리해 수거하고, 철·망간 성분이 제거된 물은 여과조 모래 필터를 거쳐 인근 하천으로 방류한다.
애초 중금속 함량이 환경부 배출허용 기준치의 10∼15배에 이르던 오염수는 정화 과정을 거쳐 기준치의 10분의 1 이하의 깨끗한 물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물리화학적 정화방식을 통해 매일 약 2만6천t의 물이 정화되고 있다.


하루 3t가량 나오는 슬러지는 인근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져 시멘트 부원료로 재활용된다.
정영국 한국광해광업공단 강원지사 시설운영팀장은 전날(6일) 시설로 유입된 함태탄광 지하수의 철 함량은 25.4ppm(㎎/ℓ)으로, 환경부 기준치(2ppm)의 12배 이상, 망간 함량은 3.60ppm으로 기준치(2ppm)의 1.8배에 달했는데, 수질정화 뒤 철 함량은 0.01ppm, 망간 함량은 0.04ppm 수준으로 각각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오염수가 흐르던 소도천에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지난 2021년 11월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찾아오기도 했다며 당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이 시설의 관리를 맡은 박용훈 소장은 "소도천은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로 흘러가기 때문에 낙동강이 중금속으로 오염되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미생물처리를 거치지 않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지만, 인근 스키장과 호텔로 보내져 2·3차 처리를 거친 뒤 스키장 슬로프 제설 용수와 수영장 용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항석 광해광업공단 홍보팀장은 "작년 기준으로 전국 305개 광산의 505개 지점에서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광산배수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1개 광산의 167개 지점에서 오염이 확인돼 공단이 수질 정화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해광업공단은 이 밖에도 폐광 이후 발생하는 광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토양개량 복원사업, 지반침하 방지사업, 광미(광물 찌꺼기) 유실 방지사업, 산림 복구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고단한 광부의 삶' 기념하는 탄광문화공원…강원랜드 총 666억원 투입
석탄산업은 한때 산업화의 동력으로 대우받았지만, 산업구조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해 이제 전국에는 단 2곳의 석탄 탄광만 운영되고 있다.
이들 탄광도 내년(강원 장성탄광)과 후년(강원 도계탄광) 차례로 폐광이 예정된 상태다.
탄광이 사라지면서 '산업 역군'으로 불리던 광부와 그 가족들도 광산촌을 떠났고, 이제 그 시대, 그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있다.


폐광의 대체 산업으로 추진된 강원랜드는 광부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탄광문화공원'(가칭)을 강원랜드 바로 앞에 조성하고 있다. 총사업비 666억원을 투입해 내년 말 준공, 2025년 봄 개관이 목표다.
지난 7일 기자단이 방문한 탄광문화공원 현장은 이미 전시동 건물이 완공된 상태였고,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신성일 강원랜드 지역사업팀장은 "이곳은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이던 동원탄좌 사북 광업소가 2004년 폐광하면서 남겨진 땅"이라며 "과거부터 광부들이 사용하던 공간은 안전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보존하고, 훼손된 공간은 현대적 감각으로 단장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탈의실, 세탁실, 화장실 등 공간은 복원하고, 상설 전시 공간에는 수천점의 탄광 관련 유물을 통해 광부들의 삶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다.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당시 광부들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전시도 이어갈 예정이다.
신 팀장은 "탈의실과 안전등 충전실 등의 공간은 출·퇴근 동선이 겹치는 곳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얼굴빛만 봐도 누가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수직갱도로 750m를 내려가야 나오는 깜깜한 일터로 출근하는 광부는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퇴근하는 광부는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에 얼굴빛이 달랐다는 것이다.


전시동 건물 밖에는 당시 탄광에서 사용하던 버스와 갱차, 레일 등 유물이, 유물 보관소에는 수천점의 탄광 관련 유물이 전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관소에서는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 '갱 속에 하루 안 들어가면 소고기 열 근보다 낫다' 등 당시 탄광촌 생활을 짐작게 하는 채집 팻말도 눈에 띄었다.
신 팀장은 "강원랜드 설립 배경과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산업 유산을 재해석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고객에게 이색적인 체험과 즐길 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부사장 겸 사장 직무대리는 "앞으로도 회사 설립 취지에 맞게 정선·태백·영월·삼척을 비롯한 폐광지역과 상생 협력을 통해 지역과 주민 속으로 가까이 가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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