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접촉해 의중 파악 시도…핀란드, 신규 회원국 가치 직접 설파
"옛날처럼 트럼프 추켜세우기 외 방법 없어"…미 무기 구입도 늘릴 듯
우크라가 첫 시험대…"유럽 압박용 엄포일 뿐"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떨고 있다.
재임 기간 '안보 무임승차론'을 앞세워 나토 탈퇴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미국의 탈퇴 위협이 재현되고, 나토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면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전·현직 유럽 외교관들을 인용, 미 워싱턴DC 외교가와 유럽 국가들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미 예비역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NYT는 "트럼프 집권 2기는 실질적인 미국의 나토 탈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유럽에 크다"며 "미국 입장에선 엄청난 전략적, 역사적 실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 시절 미국의 나토 탈퇴를 반복해 거론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장은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그는 선거 운동 웹사이트에 "우리는 나토의 목적과 임무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기 위해 나의 행정부에서 시작했던 과정을 완료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이런 모호한 입장은 유럽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주재 유럽 외교관들,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측근들을 접촉해왔다.
미코 하우탈라 주미 핀란드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해 나토의 신규 회원국으로서 핀란드의 가치를 납득시키려 애썼다.
NYT는 그러나 유럽 외교관들이 생각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은 추켜세우기, 찬사 등으로 가득했던 과거 회귀 외 다른 아이디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공격에 더 취약한 작은 나라들은 미국산 무기 주문을 늘리거나, 과거 폴란드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행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는 미군의 폴란드 영구 주둔과 함께 그 기지를 '포트 트럼프'(Fort Trump)로 부르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첫 시험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종전 방법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부를 러시아에 넘기는 협상을 함으로써 전쟁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승인하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런 미국의 상황을 고려해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유럽 관료들은 러시아가 기회가 보이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나 협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 대선 이후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관측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그가 말만 그렇게 할 따름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이 더 많은 부담을 지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탈퇴 가능성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가 할 일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는 많은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탈퇴 결정을 거의 내릴 뻔했다고 썼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에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킬 것이라는) 내 생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미 미국의 해외 개입에 회의적인 보수 진영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달 1일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해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 대표단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지낸 마이클 안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충분히 늘리지 않으면 그가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키리라는 것이다.
회의가 끝난 후 전 독일 정치인 에카르트 폰 클레든은 안톤에게 다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수립하는 동안 유럽 동맹국들과 대화할 것을 요청해달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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