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에너지 종속 초래"…전당대회서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 결의
독일 총리 "우크라 내후년까지 더 많은 지원대비"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동방정책'으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한 독일 집권당 사회민주당(SPD)이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정책에 잘못을 자인하고 기조를 전환하기로 했다.
창립 160주년을 맞은 사민당은 8∼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 전당대회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결의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 대러시아 정책을 "명확히 잘못"이라고 규정했다.
사민당 당원들이 결의한 새로운 외교정책 제안서를 보면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면 러시아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의 가정은 잘못됐고 이는 독일의 에너지 분야에서 정책적 종속을 불러왔다고 시인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주권 국가에 대한 정복과 억압을 통해 제국주의적 목표를 추진하는 한 러시아와의 관계정상화를 거부하기로 했다.
라스 클링바일 사민당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더 먼저 거리를 두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자평했다.
롤프 뮈체니히 사민당 원내대표도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생각을 완전히 과소평가했다며 실책을 인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민당은 러시아의 안보 위험을 오랜 기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받았다. 2021년 집권한 사민당의 공약집에는 "유럽 내 평화는 반러시아가 아니라 러시아와 함께일 때만 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이날 전당대회를 계기로 '러시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러시아에 맞선 유럽의 안보가 조직화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사민당은 다만 이를 동방정책에 대한 불신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동방정책이란 1969년 옛 서독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추진한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외교정책을 말한다. 이 정책은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된 바 있다.
뮈체니히 원내대표는 "동방정책을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필요하다면 수년간 러시아와의 싸움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숄츠 총리는 "이번 전쟁은 아마도 그렇게 빠르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게 중요하다. 이는 올해는 물론, 내년, 내후년까지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다른 국가들의 지원이 약화하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독일 내에서 이것이 가능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민당은 또 새로운 외교정책에서 독일이 세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연방군은 평화 정책을 위한 수단이라고 명시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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