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재판원칙 따라 체포 후 풀려난 범죄자 사회복귀 지원 위해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현금보석제를 전면 폐지하고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정한 일리노이주가 시카고 대도시권에서 범죄 혐의로 체포·구금됐다가 풀려나는 범죄자들에게 새 신분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일리노이주(州) 총무처는 이날 주내(州內) 최대 도시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의 교도소 수감자들을 위한 새로운 신분증 발급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전과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알렉시 지눌리어스 총무처장관과 탐 다트 쿡 카운티 보안관청장은 회견을 열고 "쿡 카운티 교도소 밖으로 나가는 수감자들에게 주정부가 발행한 신분증을 무료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눌리어스 장관은 "교도소에 발을 들인 이들은 사회적 장벽들로 인해 주택·일자리·의료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며 "이들에게 유효한 신분증 같은 '필수 도구'를 제공하면 살 집과 일자리를 찾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프로그램은 미 전역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일리노이주 전역에서 확대 시행되고 다른 주로 확산하기를 기대했다.
일리노이주 총무처와 쿡 카운티 보안관청은 11일부터 시범운영에 착수,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차고 교도소를 나가는 일부 수감자들에게 무료 신분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쿡 카운티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2천300여 명의 피고인이 1차로 신분증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며 "이미 전자발찌를 차고 풀려난 1천800명과 출소 예정자 500명"이라고 전했다.
쿡 카운티는 프로그램이 정착하면 매년 1만 명의 전과자에게 신분증을 발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트 보안관청장은 "재판을 앞둔 모든 피고인에게 수감 기간에 새 신분증을 발급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그들이 지역사회로 돌아갈 때 더 나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 교도소 또는 주 교도소의 만기 출소자를 위한 신분증 재발급 프로그램은 있지만 재판 전 피고인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감 상태 또는 체포됐다가 풀려난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에게도 신분증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 혐의로 체포돼 교도소에 온 사람들 대다수가 애초부터 신분증이 없고 일부는 수사 과정에서 압수당한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당국은 수감자들의 주소·생년월일·사회보장번호 등을 확인해서 그들에게 신분증을 발급해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리노이주는 현금보석제를 전면 폐지, 범죄 혐의로 체포·기소된 피고인도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구금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을 단행했다.
논란 많은 이 법안은 애초 금년 1월 1일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법원의 제동으로 시행이 전면 보류됐다가 지난 9월 주 대법원 판결로 효력을 얻었다.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이 발행하는 월간 '시카고 매거진'은 지난 8월호에서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8·민주)가 취임한 이래 법제화한 정책들을 나열해 보이며 "일리노이는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주(州)로 변모했다"고 평한 바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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