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경제주체 심리 영향 못 줘…약속한 정책 실제 이행이 중요" 비판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당국이 내년도 경제 방향을 설정하는 문건에 '경제 위기설'에 대응하는 '긍정 여론전'을 추진 정책 가운데 하나로 명시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4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11∼12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재정·통화·취업·지역·과학기술·환경 등 정책의 조율을 강화하고, 거시 정책 지향의 일치성을 평가할 때 비(非)경제정책을 포함해야 한다"며 "경제 선전과 여론 지도를 강화하고, '중국 경제 광명론(光明論)'을 노래 불러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고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하며 먼저 세우고 나중에 돌파한다'는 의미가 담긴 12자 방침 '온중구진(穩中求進)·이진촉온(以進促穩)·선립후파(先立後破)'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등 경제 구호들 사이에 낀 '선전 강화'라는 방침은 중국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에 힘을 기울여왔으나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 위기설'이 제기되자 중국 당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공산당이 지난 7월 이례적으로 "현재의 경제 운영은 새로운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장기적 성장세는 낙관적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뒤 중국 매체들은 경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잇따라 긍정적 논평을 쏟아냈다.
신화통신이 8월 31일 논설에서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단편적·국지적·단기적인 파동의 데이터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자신감의 불을 꺼버리며,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 문제가 주 업무가 아닌 외교부가 9월 들어 "매번 각종 중국붕괴론이 출현했지만, 중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중국붕괴론만 번번이 붕괴했다. 중국 경제는 지속 호전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한 일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적극적인 여론전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도 있지만 '위기설' 언급을 일종의 정치 공세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결국 여론전은 중국공산당이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한 중요 문건에까지 포함됐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최근 수년 사이 고위급 경제 공작 토론 회의에서 선전·여론에 관해 이처럼 명확한 요구가 나온 것이 관영매체에 공개된 사례는 처음"이라며 "'중국 경제 광명론을 노래 불러야 한다'와 재정·통화정책 등 전통적인 경제 정책도구를 함께 놓으면 약간의 위화감이 있다"고 짚었다.
매체는 이어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달 동안은 당국이 여론장에서 중국 경제에 불리한 언급에 간섭하는 강도를 높인 징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본시장 병폐를 지적하며 주식 투자 자제를 권고한 중국의 저명 금융전문가 류지펑의 소셜미디어(SNS)가 폐쇄된 일을 사례로 들었다.
연합조보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내놓은 내수 확대와 중점 영역 개혁 심화, 고품질 대외 개방 등 방침이 실현될 수 있다면 중국 경제는 더 큰 잠재력이 있는 것이고, 자신감의 탄탄한 기초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경제에 가져다줄 실질적인 도움은 '중국 경제 광명론'보다 훨씬 크게 기세를 올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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