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위원회, '2024 긴급위기국가' 보고서 공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기후 변화, 무력 충돌 격화, 채무 증가, 국제 지원 감소 등이 맞물리며 내년에 지구촌 곳곳에서 인도주의 위기가 한층 악화할 것으로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호위원회(IRC)가 전망했다.
IRC는 14일(현지시간) '2024 긴급위기국가' 보고서를 공개해 수단,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20개국을 내년에 인도주의 위기에 처할 위험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IRC는 보고서에서 인도주의 구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 수가 3억명으로 늘고, 기후변화와 전쟁 등으로 생활 터전에서 내몰린 난민 수가 1억1천만명에 이른 올해보다 내년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IRC는 가장 큰 인도주의 위기에 처한 국가로 서방의 무관심 속에 8개월 넘게 군벌들이 광범위한 내전을 벌이며 학살, 납치 등이 자행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을 선정했다. 수단은 올해는 긴급위기국가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다.
2위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꼽혔다.
남수단, 부르키나 파소, 미얀마, 소말리아, 니제르,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뒤를 이었다.
긴급위기국 20위 안에는 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에콰도르, 아이티, 레바논, 나이지리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예멘이 포함됐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 위치한 아프리카 국가가 9곳이나 20위 이내에 포함됐다.
IRC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삶의 기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만 긴급위기국가에서는 분쟁과 쿠데타, 빈곤이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엘니뇨 현상 등으로 극단적인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군정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충돌하고 있는 미얀마,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집권하며 공포 정치가 횡행하는 데다 최근 강진까지 강타한 아프가니스탄이 이름을 올렸다.
중동에서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시리아, 레바논, 예멘이 포함됐다.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를 떠난 난민들이 몰리며 마약 밀매 등이 성행하고 있는 에콰도르와 갱단 간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아이티가 포함됐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2년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유일하게 들어갔다.
이들 20개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인도주의적 구호의 86%, 난민 70%가 몰려 있으며, 극단적 빈곤과 기후 위기에 직면한 인구도 점점 늘고 있다고 IRC는 지적했다.
데이비드 밀리번드 IRC 총재는 "역대 최악의 시기에 처해 있다"며 기후 대응, 여성 권한 증진, 인간 중심 구호, 난민 지원 등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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