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안보리 '가자 휴전' 결의안 반대로 후폭풍…국제사회 맹비난
러, 우크라 침공으로 '국제 왕따'…이번엔 '미 이중잣대' 부각 노림수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 왕따' 전략에 시달렸으나 이번엔 미국이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편드는 행보로 궁지에 몰리면서 외교 무대에서 양국 처지가 뒤바뀌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유엔에서 외교적 고립을 당하자 러시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8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홀로 반대표를 던진 후 '인도주의를 저버렸다'는 후폭풍에 시달렸다.
이에 유엔 회원국들은 12일 긴급 총회를 열어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53표·반대 10표·기권 23표로 가결했는데, 미국은 이 표결에서도 이스라엘과 함께 기권했다.
러시아는 표결이 끝나자마자 미국을 맹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총회에서 "미국 측은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살인 면허를 발급했으며, 이제 가자지구 분쟁의 새로운 희생자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안보리 회원국과 유엔 회원국은 그런 책임을 그들(미국 측)과 나눠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유엔에서 완전히 고립됐다.
유엔은 전쟁 첫해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모든 군대를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6개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은 143개 회원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비호하면서 자신과 비슷하게 유엔 회원국들의 신뢰를 잃는 처지에 놓이자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미국이 유엔에서 공격받는 있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는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쟁 전문가 리처드 고원도 "러시아 외교관들은 중동 전쟁을 유엔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재설정할 큰 기회로 보고 있다"며 "그들은 전쟁에 대한 미국의 이중 잣대를 부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그 동맹국들이 당분간은 모스크바를 겨냥한 어떤 결의안도 감히 상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전 세계의 시각을 반영하는 정치적 무게를 갖고 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유엔 총회에서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결의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압도적인 득표가 나온 오랜 역사가 있었다"며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 전날에는 "그 지역의 파트너들과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계속 듣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리더십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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