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사전동의하에 투표 때 잠시 퇴장"…가입신청 1년10개월만
EU 상임의장 "EU 신뢰성 입증"…실제 회원국 합류까진 수년 걸릴 듯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협상 절차를 개시하기로 확정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도중 엑스(X) 계정을 통해 "EU 이사회(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U 본부내 마련된 프레스룸을 찾아 "역사적인 순간이자 EU의 신뢰성과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U 정상들의 이날 결정은 앞서 지난달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협상 개시를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나흘 만인 작년 2월 28일 가입신청서를 낸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1년 10개월 만이다.
특히 예상 밖 '깜짝 합의'라는 평가다.
EU 가입 협상 개시 문제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표가 필요한 사안인데,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거부권을 끝까지 행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EU 소식통은 "오르반 총리는 (표결 당시) 사전동의하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전했다.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들만 회의장에 배석한 상태에서 '만장일치'가 성사된 셈이다.
오르반 총리도 미셸 상임의장의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헝가리는 이 잘못된 결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기권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로선 작년 6월 EU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지 약 1년 6개월 만에 'EU 울타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됐다.
무엇보다 최근 서방의 연대 의지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결과인 만큼 우크라이나로선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즉각 X 계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EU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EU 가입 절차는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되는데, 이날 EU의 협상 개시 결정은 가장 첫 단계에 해당한다.
이후 EU와 우크라이나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제안을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입협상을 진행할 지를 담은 '협상 프레임워크'를 수립해야 한다. 협상 프레임워크도 EU 27개국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집행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입협상 권고를 내릴 당시 우크라이나에 남은 개혁조처를 완수해야 한다고 전제한 만큼, 우선 개혁 이행이 100% 완료됐다고 평가돼야 협상 프레임워크 논의도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도 EU는 "집행위 권고에 포함된 조처가 이행되면 협상 프레임워크 논의를 채택"하도록 했다.
이렇게 합의된 협상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면, 모든 기존 회원국 비준을 거쳐 가입이 확정된다.
가장 마지막으로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에서 2013년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걸렸다.
한편, EU 정상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몰도바에 대한 가입 협상 개시 외에 조지아에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대해서는 필요한 개혁 조처가 완료되면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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