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하원의장이 집무실에서 의장복 차림으로 소속당의 동료에게 인사말을 하는 동영상 촬영·공개를 이유로 중립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됐다고 현지 언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원 운영위원회는 이날 집권 자유당 소속 그레그 퍼거스 하원의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심의 보고서를 채택, 제재금 부과와 공식 사과 요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1야당인 보수당 등의 의장직 사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퍼거스 의장은 의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앞서 퍼거스 의장은 지난달 말 온타리오주 자유당의 대표직을 물러나는 존 프레이저 대행에게 인사말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동영상에서 그는 하원 의장이 의사 진행 업무 시 착용하는 공식 복장을 한 채 집무실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공공재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보수당이 즉각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서면서 퍼거스 의장은 궁지에 몰렸다.
퍼거스 의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하원 방문 시 나치 부역자를 의사당에 초청해 불거진 논란으로 사퇴한 앤서니 로타 전임 하원의장의 바통을 이어 지난 10월초 선출됐다.
그는 흑인으로는 역대 처음 하원의장에 오르면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두 달여만에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셈이다.
운영위는 보고서를 통해 하원의 공적 자원을 사용한 대가로 적정액을 보상할 것과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할 것을 퍼거스 의장에게 요구했다.
부과할 제재금 액수를 명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두 차례의 유사한 전례에서 해당 의원에게 각각 500캐나다달러(약 48만2천원)가 부과된 바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운영위는 지난 11일 퍼거스 의장을 출석시켜 청문회 형식의 질의응답을 통해 경위를 추궁하고 해명을 들었다.
퍼거스 의장은 당시 오랜 정치적 동료에게 전하는 사적 인사말을 사적인 용도로 쓰기 위해 동영상을 찍은 것이라며 "나의 실수다.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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