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중문대 설문…경제적 이유로 중국 이주 희망도 늘어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주민의 약 38%가 기회가 되면 홍콩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답한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다수가 국가보안법 시행 후 자유가 붕괴한 것을 이유로 꼽은 가운데 높은 생활비를 이유로 중국 본토로의 이주를 희망한다는 이들도 있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중문대가 홍콩 주민 708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28일∼11월9일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38%는 기회가 되면 홍콩을 떠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같은 조사의 응답률 약 29%보다 약 9%포인트(p) 상승한 결과다.
해외로 이주하고 싶다는 응답자들이 꼽은 주된 이유는 '자유, 인권, 표현의 자유의 붕괴'(17.7%), '과도한 정치적 분쟁 혹은 불안정한 정치'(15.1%), '비민주적 정치 시스템'(14.2%)과 '열악한 생활 환경 혹은 혼잡한 생활 공간'(11.2%)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 있는 이민 행선지로는 영국(14.2%)이 꼽혔다. 이어 캐나다, 호주, 대만이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응답자의 약 5분의 1은 기회가 되면 중국 본토로 이주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 응답률보다 9%p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문대는 "통계적으로 중요한 변화"라고 짚었다.
2019년 거센 반정부 시위 속 홍콩인들의 반중 정서가 고조됐었지만 그와 정반대로 중국 본토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걸로 조사된 것이다.
본토 이주를 희망하는 주된 이유로는 홍콩의 치솟는 높은 생활비와 비좁은 주택이 꼽혔다.
홍콩 입법회(의회)의 유일한 중도파인 틱치연 의원은 영국으로 이주한 홍콩인들 삶이 팍팍하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고 있음에도 중산층 개인과 젊은이들의 이민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SCMP에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이 소수만을 겨냥할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국가보안법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홍콩에 머무는 것을 불편하게 만든다"며 "이는 마치 그들의 자유가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틱 의원은 아울러 "애국주의 교육법을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러한 정서에 기여한다"며 "일부는 정부의 독단적 스타일 탓에 홍콩의 독특함이 사라졌다고 느낀다"고 짚었다.
중국은 지난 10월 '애국주의 교육법'을 제정하면서 해당 법이 홍콩과 대만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애국주의 교육법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와 업적, 사회주의 체제와 혁명 문화 등은 물론 국가안보와 국방에 대한 개념도 교육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이제 초등학생도 국가보안법과 중국 공산당,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해 배우게 된다.
틱 의원은 본토 이주를 원하는 이들은 생활비를 낮추고 더 저렴한 주택과 노인 요양서비스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홍콩의 일부 젊은이들은 취업 기회를 찾아 상하이 등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로의 이주를 선택한다"며 "이는 홍콩과 중국 간 통합에 이로우며 건전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콩대 폴 입 교수도 홍콩인들의 중국 본토로의 이주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본토는 소비 증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홍콩 주민의 방문과 정착까지 유도하고 있다"며 "홍콩의 높은 생활비는 본토 이주를 포함해 돈을 현명하게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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