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거듭 '사과'한 계란 가격…1년새 40% 급등

입력 2023-12-15 18:20  

푸틴이 거듭 '사과'한 계란 가격…1년새 40% 급등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문자 불평에 "정부 실패 죄송"
서민 가계에 직격…제재 영향 분석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죄송합니다, 사과합니다. 정부 업무의 실패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겸한 국민과 대화 행사에서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이리나 아코포바라는 여성이 영상 질문을 통해 계란값이 폭등했다며 불평하자 실패를 인정하며 거듭 사과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등 논쟁적이고 비판이 큰 사안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계란 문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몸을 바짝 낮췄다.
푸틴 대통령은 계란 수요가 증가한 만큼 생산이 늘지 않은 데다가 계란 수입을 적시에 충분히 늘리지 못한 것이 계란값 폭등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계란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40.3% 상승했다. 닭고기 가격도 29.3% 올랐다.
모스크바 시내 대형 마트에 가면 계란은 품질에 따라 10구에 약 110∼140루블(약 1천600∼2천원)에 팔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같은 계란을 70루블 정도면 살 수 있었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8%에 이른다고 언급했는데 유독 계란 가격의 상승이 가파르다.


계란은 기본적인 식재료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서민층에 바로 체감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에선 전통적으로 새해에 삶은 계란과 감자 등 야채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올리비에 샐러드를 먹는다.
내년 3월 17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의 마음을 잡으려면 계란 가격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의 타격이 계란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돼 민심이 나빠질 수도 있어서다.
15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난해 3월 이후 부화란 수입이 중단되면서 올해 가금류 고기와 계란 생산이 감소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올해 외국산 가금류 백신 유통이 제한되면서 이 분야 생산량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문은 '우호 국가'의 동물 백신 수입 방안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생산업자의 과도한 욕심 탓에 계란이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베리아 지역 노보시비르스크 지방정부는 텔레그램에서 추가 수익을 내려는 생산자의 욕구와 계란·닭고기 가격 상승이 관련 있다는 지역 정부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계란 가격에 대해 질문한 아코포바는 기자회견 직후 자신이 사는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계란 가격이 내려갔다고 밝혔다.
아코포바는 "사람들이 전화해서 시장의 계란 가격이 내려갔다고 말했다"며 "계란 12구에 220루블이었는데 지금은 180루블"이라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말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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