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플 브뤼셀] 헝가리 자리비우기로 하고 EU 만장일치 찬성?

입력 2023-12-16 06:06  

[와글와플 브뤼셀] 헝가리 자리비우기로 하고 EU 만장일치 찬성?
獨총리, 오르반 총리에 "잠깐 나가 있어라"…재석한 26개국끼리 합의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EU 이사회(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대한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6시 25분께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프레스룸.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회의 도중 올린 SNS 게시물을 확인한 취재진 수백 명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EU 대변인에게는 즉각 '헝가리 총리가 반대를 철회한 것이냐', '만장일치가 맞느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을 깬 깜짝 발표였다.
회의를 앞두고 막판까지 이어진 EU의 총력 설득에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합의 도출이 이튿날 오전에나 발표되거나, 아예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등 일부 정상은 애초 1박2일로 예정된 회의가 주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셔츠를 여러 벌 챙겨왔다"고 말했을 정도다.
EU는 뜻밖의 '묘안'을 냈다.
오르반 총리를 끝까지 설득하는 대신 그를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EU 외교소식통은 미셸 상임의장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오르반 총리가 사전 동의하고 건설적인 방식(pre-agreed and constructive manner)으로 (투표 당시) 잠시 회의장을 비웠다"고 설명했다.
오르반 총리가 잠깐 퇴장한 사이 재석한 나머지 26개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라고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숄츠 총리가 회의 교착 상태가 계속되자 오르반 총리에게 잠시 자리를 비울 것을 제안했고 나머지 회원국 동의하에 26개국 합의를 끌어냈다는 후문이다.
EU는 이번 결정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 의지를 재확인시켜줬고, 오르반은 끝까지 찬성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얻었으니 나름 '윈윈'한 셈이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만장일치 결정 방식에 문제는 없을까.
외신도 이전에도 회원국 일부가 부재한 상태에서 만장일치 결론을 내린 적이 있는지에 대해선 EU 당국자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짚었다.
EU 이사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EU법은 '민감하다고 간주되는 정책 영역'은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규정한다. EU 회원국 가입도 만장일치가 필요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사회는 '만장일치 투표제에서는 기권이 결정을 막는 방해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단서를 달아놨다. 특정 국가 정상이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운 경우 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설명을 종합하면 일단 절차상 결함은 없는 셈이지만 '짜인 각본'으로 얻어낸 형식적 만장일치가 본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 출신 언론인 얀 베르츠는 EU 대변인실이 운영하는 출입기자단 단체채팅방에 "나는 EU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시작한 1975년부터 회의를 취재했으며 관련 책도 세 권이나 썼다"며 "지난 50년간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절대로,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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