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석유공사 7년간 석유·가스 생산에 1천500억원 투자 계획
'화석연료→재생에너지' 합의 무색…"의장국이 모범 보여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이중적인 모습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마친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UAE는 그 이후 화석연료 생산을 위한 강한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이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해 기록적인 규모의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자베르 의장은 UAE 첨단산업기술부 장관 겸 ADNOC의 최고경영자(CEO)다. UAE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5위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가 화석연료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ADNOC의 탄화수소(석유·가스의 주성분)는 효율적으로 추출되고 상대적으로 누출도 적어 탄소 배출 수준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ADNOC가 향후 7년간 1천500억달러(195조6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으로, 석유·가스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자베르 의장은 이같은 투자 계획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 내에서 실행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는 계속해서 저탄소 석유·가스와 저비용 석유·가스를 필요로 한다"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탈탄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운동가들은 이런 ADNOC의 투자 계획을 비판했다.
화석연료 반대 활동을 벌이는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의 국제협력 책임자인 하지트 싱은 "UAE는 COP28 의장국으로써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부유한 국가들이 파리 협정(지구 온난화 억제)의 정신을 존중하는 가시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통은 "알자베르 의장이 자신 이끄는 회사에서 COP28의 합의 내용을 시행하고 석유와 가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OP28은 진통 끝에 폐막일을 하루 넘긴 지난 13일 2030년까지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명시한 것은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총회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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