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소련 붕괴뒤 러시아 정복해 자원 이용하려"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세상이 바뀌어 서방과 대립할 이유가 없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고 돌아봤다.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국영 방송 로시야1에서 "나는 전 세계가, 특히 소위 문명화됐다는 세계가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한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고, 더는 이념적 대립이 없으며, 이는 대립의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서방이 이해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정책을 펴고, 특히 러시아 영토에서 일어나는 분리주의와 테러리즘을 지지하는 행동을 목격했을 때도 "이것은 단순한 생각과 행동의 관성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현실은 달랐다면서 "나중에 내가 100% 확신하게 된 것은 소련이 붕괴한 뒤 서방은 인내심을 가지면 '우리가 러시아도 무너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 후 서방은 러시아를 파괴해 여러 부분으로 나누기를 원했으며 러시아를 정복하고 우리 자원을 이용하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중에야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나 초기 접근 방식은 매우 순진했다"고 스스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그는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999년 12월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권한 대행을 맡은 푸틴 대통령은 이듬해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집권 4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서방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17일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집권을 연장하게 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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