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일부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설이 불거지면서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선 도급순위 10위권 대인 한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설, 1군 건설사의 부도설이 제기됐다. 이달 들어선 지방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 처리되는가 하면 PF 위기를 겪는 사업장이 속출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위기설이 대두된 해당 건설사는 유동성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으나 주가는 급락하는 등 시장의 불안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 PF는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빌리는 것을 말한다. 사업성을 보고 금융기관이 대출해 주는 것인데 시행사의 PF에 대해 시공사가 사실상 연대 보증인 신용보강을 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불황 국면에선 시행사가 부도날 경우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채무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부동산 PF 부문에 대한 부실 우려가 건설·금융 부문의 위기로 급속히 전이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간 부동산 PF 문제가 국내 건설·금융업계의 부실을 초래할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고금리 시대가 지속하고 부동산 분양 시장 등의 침체 양상이 이어지는 현실과 관련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134조3천억원에 이른다.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급증했다. 문제는 PF 규모가 이처럼 급증한 상황에서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올랐다. 작년 말(1.19%)과 비교하면 1.23% 포인트 높아졌다. 이중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5.56%로 지난 분기보다 0.95%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시장 전반의 신용 위기로 확산될 수 있어 긴장감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한국경제의 잠재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PF 문제를 꼽았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PF 부실은 금융시장과 건설·부동산 등 실물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어 면밀히 살펴봐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는 PF 시장 분위기가 악화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애쓰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사업성이 미비한 사업장 등에 대해 시장원칙에 따라 적절한 자구노력 등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정리 작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부동산 호황기에 낙관적인 전망으로 다소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데 기인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엄정한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한 신속하고도 세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부동산 사업 전반의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부실 요인을 사전 차단하고 관리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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