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으로 만든 수컷모기 풀어주면 모기 수 감소→ 말라리아 확산 차단"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말라리아가 최대 사망원인 중 하나인 아프리카에서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해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기술이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어 향후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건강과학연구소 곤충·기생충 연구를 이끄는 압둘라예 디아바테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모기 유전자 조작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유전자를 조작해 불임 상태로 만든 수컷 모기를 자연에 풀어줘 암컷 모기가 이 수컷 모기와 교미해도 자손을 생산할 수 없도록 고안됐다.
그 결과 결국 모기 수가 줄어들고 말라리아 확산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말라리아 통제의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혁신적인 성과에 시상하는 '폴링 월스상'(The Falling Walls Prize)의 올해 과학·혁신관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인구 2천200만여명인 부르키나파소의 최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2021년 기준 1만9천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말라리아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2021년 61만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96%가 아프리카 출신일 정도로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WHO는 지난 4월 말라리아 대처와 관련해 살충제 처리된 모기장이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모기장 관련 비용이 상승하고 모기들의 살충제 내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로 말라리아 (사망)사례가 증가, 관련 사망자 수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많다"고 평가했다.
디아바테도 CNN에 "모기장이 정말 환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제 다양한 모기 종들, 특히 말라리아를 옮기는 여러 종에서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널리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전통적인 도구로는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어려워졌다. 혁신해서 기존 도구들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갖는 것이 극히 중요해진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모기 유전자 조작 기술이 실제로 상용화되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디아바테는 기대하고 있다.
그는 "(유전자 조작된) 모기를 현장에 풀어놓으면 그들이 전체 모기 집단으로 확산해 말라리아 전파를 차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별도의 인위적 조치 없이도 사람과 멀리 떨어져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까지 저절로 퍼져나갈 수 있어 지속 가능하고 예산이 적게 드는 말라리아 통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유전자 조작 모기를 실제로 풀어주는 시험을 시작했으며, 실제 기술을 적용하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전자 조작 모기를 자연에 풀어놨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고 CNN은 전했다.
말라위의 국립 말라리아 통제 프로그램 책임자인 룸바니 문탈리는 모기 유전자 조작 기술에 대해 "알맞은 시점에 나오는 좋은 혁신"이라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는 연구자들이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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