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비영리 단체, 'e심 보내기' 캠페인…5만명 통신회복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의 방해로 이동통신과 인터넷 이용이 어려워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제3국에서 보내온 'e심'(전자유심·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을 활용해 외부세계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집트 비영리 단체 '커넥팅 휴머니티'(Connecting Humanity)는 팔레스타인인에게 e심을 기부하는 SNS 캠페인 '가자를 연결하자'(#ConnectingGaza)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를 통해 5만명이 넘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수행 중인 이스라엘은 주요 작전을 펼칠 때마다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행태를 보여왔다.
팔레스타인 통신업체인 팔텔(Paltel)의 주요 통신선이 이스라엘을 경유하는 까닭에 이스라엘 측이 쉽게 차단할 수 있는 데다, 가자지구가 봉쇄돼 연료 등의 반입이 힘들어지면서 관련 인프라가 붕괴한 결과다.
이스라엘 이동통신사들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려 해도 팔레스타인 유심이 끼워져 있을 경우에는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된다고 한다.
이에 기부자들은 미국 등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국가의 이동통신사가 발행한 e심을 커넥팅 휴머니티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e심을 사용할 경우 차단될 걱정 없이 이스라엘 이동통신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어서다. e심을 기부하는 건 가자지구 국경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이라 실물 유심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된 것이라고 한다.
캠페인을 주도한 '커넥팅 휴머니티' 소속 활동가 미르나 엘 헬바위(31)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통신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뉴스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역을 대상으로 공습과 지상작전을 벌이고 있다. 통신망이 마비된다면 무고한 민간인들에게는 주변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안전지대로 피할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잇따라 e심을 사 보내면서 이 캠페인은 이탈리아와 영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지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산다는 레하나 바탈은 최근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한화로 약 2만원 상당의 e심을 기부했다면서 "이것은 참여를 통해 내가 무언가를 했다고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사보낸 e심을 활성화한 가자지구 주민의 휴대전화 연결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면서 혹시 이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