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주행 빈번하고 보행자 통로 분리 등 안전장치 없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해안 도로에서 잦은 교통사고로 지난 10여년간 5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돼 방문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미 CNN 방송은 18일(현지시간) "낙원으로 가는 길이 참혹함으로 이어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 도로의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 매체는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는 1번 주도(州道)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CH)의 명소 중 하나인 말리부 구간에서 2010년 이래 교통사고로 총 5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말리부는 로스앤젤레스(LA)와 가까운 해변으로,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반짝이는 백사장으로 유명해 LA 관광객들의 주요 방문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곳에 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말리부 주민이자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아이, 로봇' 등을 만든 제작자 미셸 셰인은 2010년 마을 옆을 지나는 PCH 도로변에서 당시 13세였던 딸 에밀리를 잃었다.
사고 당일 에밀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자신을 데리러 오기로 한 부모를 도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셰인은 당시 에밀리가 있는 지점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차 한 대가 내 옆을 지나쳐 마주 오는 차들 쪽으로 질주해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회상했다.
통제 불능의 차를 목격한 사람들이 911에 신고했지만, 셰인이 에밀리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뒤였다.
에밀리는 사고 차량에 치였을 때 도로변에 늘어선 울타리 너머로 날아갈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셰인은 딸의 죽음을 계기로 이 도로 내에 중앙분리대 설치, 도로 옆 인도 조성, 과속차량 단속 등 즉각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길 바랐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담아 이 해안도로의 위험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21마일(33.8㎞) 인 말리부'를 제작했다.
셰인은 각종 대중문화에서 미화된 빠른 자동차에 대한 선망 등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학교에서 널리 상영하려고 노력해 왔다.
또 에밀리의 사망을 계기로 주민과 지역사회 지도자들로 구성된 'PCH 태스크포스'가 결성됐지만, 그 이후에도 57명이 더 사망했다.
사망사고가 특히 많이 발생한 커브 지역은 "죽은 자의 커브"(Dead Man's Curve)로 불린다.
가장 최근의 사고는 지난 10월 발생했다. 도로변에 차를 대놓고 산책에 나섰던 꽃다운 나이의 대학생 여성 4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사고를 낸 차량은 시속 104마일(167㎞)로 달리고 있었다. 이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45마일(72㎞)이다.
말리부 해안도로 옆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58개의 타이어를 흰색으로 칠한 뒤각각 희생자의 이름을 써서 세운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도를 관리하는 캘리포니아 교통부(Caltrans)는 자전거 레인 설치와 보행자 접근성 향상을 포함해 이 도로에 변화를 주기 위한 교통안전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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