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구호물품 통제에 '전쟁범죄' 규탄
유엔기구 재앙 경고…필요한 식량 겨우 10%만 공급중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식량과 물, 연료 공급을 차단해 민간인의 굶주림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의 굶주림을 무기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탄했다.
HRW는 국제인도법 조항을 인용해 "고의로 구호품을 막는 등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자를 박탈해 의도적으로 민간인의 굶주림을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지난 10월 7일 직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끌려간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 연료를 끊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달 9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를 완벽하게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갈란트 장관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며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이스라엘은 연료를 포함한 구호품의 가자지구 반입을 제한해왔다.
10월 21일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이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이집트와의 라파 국경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고, 연료 반입은 지난달 15일에야 승인됐다.
이에 가자지구는 전력이 끊기고 식량과 물 부족에 시달리며 병원 운영이 중단되는 등 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일시 휴전으로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전달이 늘었으나 휴전이 종료되면서 구호품 반입도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부터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간 통로인 케렘 샬롬을 통해서도 구호물자 반입이 이뤄지고 있으나 가자지구 주민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심각한 굶주림을 겪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 인구 220만 명 중 대다수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이들 중 56%는 심각한 수준의 기아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했다.
WFP는 가자지구에서 필요한 식량의 10%만이 반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칼 스카우 WFP 부국장은 최근 가자지구에 필요한 식량 공급량의 일부만이 반입되고 있으며, 가자지구 상황으로 인해 식량 등의 현지 전달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지역은 10개 가구 중 9가구 꼴로 아무런 음식 없이 하루 종일 지낸다고 전했다.
식량 부족 상황이 계속되자 가자지구 내 난민촌에는 수프를 받기 위해 수십명이 줄을 서고 있다.
가자지구 대부분 가정에는 조리할 연료가 남지 않아 쓰레기나 장작을 태우고 있어 이는 다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위험까지 있다.
HRW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인 오마르 샤키르는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들로부터 식량과 물을 빼앗고 있다"며 "굶주린 민간인들을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에 의해 추진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샤키르 국장은 "세계 지도자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끔찍한 전쟁 범죄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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