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대비 세금 비중 2020년 27.8%→2022년 32.0%
한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수입 증가 등도 영향
"고금리 때문에 채권 발행 대신 증세 나설 유인"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경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GDP 대비 세금 비중이 2020년 27.8%에서 2021년 29.8%로 증가한 데 이어 2022년에는 32.0%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비율은 2018년 26.7%, 2019년 27.2% 수준이었는데 2021년부터 증가세가 가팔라져 2년 연속 2%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이다.
프랑스·독일·영국의 지난해 GDP 대비 세금 비중은 각각 46.1%, 39.3%, 35.3%로 한국보다 높았지만, 전년 대비로는 각각 0.9%포인트, 0%포인트, 0.9%포인트 늘어나 증가 속도가 완만했다.
미국의 GDP 대비 세금 비중은 2021년 26.5%에서 지난해 27.7%로 늘어났고, 일본의 경우 2020년 33.0%에서 2021년 34.1%로 증가한 것이 최신 자료였다.
WSJ은 한국 등 다수의 OECD 회원국에서 GDP 대비 세금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각국 정부가 늘어난 세금으로 국방·산업정책 등 새로운 지출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정학적 분열에 따른 국가 안보, 인구 고령화, 코로나19 및 기후 변화 대응 등의 수요 속에 각국 정부가 '큰 정부'로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GDP 대비 세금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 성장보다 세금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로, 경제에서 정부 역할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반드시 증세를 하지 않았더라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가격 상승으로 납세자들의 과세 등급이 올라갔을 수 있지만, 독일·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실제 증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계·기업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경우 소비와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의 고금리 상황에서 각국의 부채 발행 매력이 감소한 만큼, 세금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OECD 조세 통계 당국자인 쿠르트 판 덴더는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의 지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향후 세금 증가가 이어지고 정부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GDP 대비 정부 지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9% 수준에서 41%로 늘어난 상태다.
또 선진국들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19년 104% 수준에서 123%로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틸 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정부가 부채 이자로 순 지출하는 비용이 전년 대비 10% 넘게 늘어난 2조 달러(약 2천602조원)에 이르고 2027년에는 3조 달러(약 3천903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난 부국들로서는 증세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과 고금리, 고부채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적자를 운영할 정부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2021년 정부 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 수입 증가 덕분에 재정수지가 양호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2020∼2021년 일반 정부지출은 2019년 GDP 대비 5.4% 순증해 23개 주요 선진국의 중간값(+5.8%)과 유사했다.
연구진은 이 시기 한국 정부의 재정 수입이 대다수 선진국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부동산 세금 인상 및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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