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래프 기고…"이, 법적·도덕적 권위 잃는 실수 저질러"
"네타냐후, 하마스 공격 예측 못한 수치심에 장기적 안목 잃은 듯"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이 더 장기적인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영국 전직 최고위급 관리의 경고가 나왔다.
벤 월리스 전 영국 국방장관은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실린 '네타냐후의 전술이 이스라엘을 약화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자위권의 법적 권위가 그들의 행위에 의해 훼손되는 위험한 시기에 진입했다"며 "이스라엘은 법적 권위와 함께 도덕적 권위도 상실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후 '피의 보복'을 선언한 뒤 가자지구에서 대대적인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1만9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과 가자 성당의 비무장 모녀 사살 사건 등이 겹치며 이스라엘 전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월리스 전 장관은 강력한 안보 '매파'를 자임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공격 예측에 실패하면서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런 수치심이 장기적인 안목을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살인적인 분노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의 (그런) 전술이 향후 50년간 분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리스 전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현 전쟁 기조가 전 세계 젊은 무슬림 세대를 급진화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더라도 하마스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며 "이런 행동이 절멸시키는 것은 극단주의자들이 아니라 '두 국가 해법'을 원하는 온건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소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 정치인들을 조심성 없이 거칠게 행동하는 이를 뜻하는 '도자기 상점의 황소'에 빗대며 "이들의 지혜 부족으로 하나의 위기가 다른 위기로 추락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월리스 전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옹호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건국 이래 계속 그것이 해답이었다"며 "오슬로협정으로 두 국가 해법을 실현하는 데 가까워졌다. 이제 그 과정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때"라고 강조했다.
오슬로협정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체결된 합의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를 허용하는 등 두 국가의 공존 방안을 골자로 한다.
월리스 전 장관은 반유대·반민주적이고 평화적 공존에는 관심이 없는 하마스를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절대적으로 옹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네바 협약에 따른 우리의 책무를 굳게 믿으며, 모든 서명국이 이를 준수할 것을 기대한다"며 "하마스를 뒤쫓는 것은 합법이지만, 가자지구의 광범위한 지역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비례적인 무력 사용은 합법이지만, 집단 처벌과 민간인 강제 이동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거칠고 무차별적인 공격법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마스와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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