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병무청장 해임 결정에 "전문가들 사라졌다" 불만 토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판단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불화설을 낳은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이번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책적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18일(현지시간) 현지매체인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 보도를 인용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전국 병무청장을 전원 해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처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해당 조처가 신병 모집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들은 전문가들이었고, (모병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다. 그런 그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감사 결과 부정 축재나 징병 대상자의 국외 도피 알선 등 권한 남용 사례들이 드러났다면서 지난 8월 전국 각지의 병무청장들을 전원 해임하고 전국 모병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러한 조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의 신뢰를 얻고 유럽연합(EU) 가입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부패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1991년 러시아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줄곧 공공 및 정치 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22년 우크라이나의 '부패인식지수'(CPI)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16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서방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보낸 원조물자가 유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부패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선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끄는 군 지휘부 입장에서는 실무급 인사들의 무더기 해임에 난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발발 초기 자원입대자 수만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나 전쟁이 길어지고 입대자가 감소하면서 복무기간이 끝난 일선 병사들을 대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앞서 지난달에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한 소모전에 접어들고 있으며 전쟁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시각은 서방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낙관론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현지 매체인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익명의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젤렌스키 대통령과 잘루즈니 총사령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지난 17일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집무실 중 한 곳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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