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美엔 안색 바꾼 中, 比엔 강공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근래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일촉즉발의 상황을 자제하면서 필리핀에는 과격하게 대응해 눈길을 끈다.
중국은 근래 미국엔 유화적 대응으로 전환했지만, 필리핀엔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담한 이후 양국 간 군사적 충돌 위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확인했다.
지난 2월 미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격추 사건을 계기로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간에 우발 충돌로 인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이젠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둘러싸고 필리핀에 격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1999년 이 암초에 좌초한 자국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보급해온 필리핀이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군함 예인을 요구하는 한편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 발사와 선박 충돌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충돌은 지난 8월 이후 지속돼왔다.
지난 9·10일에도 이틀 연속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과 필리핀은 서로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외교 마찰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필리핀은 국제 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해 2016년 중국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등 갈등해왔다.
2016년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양국 간 남중국해 갈등은 작년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불거졌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이 2002년부터 해양 행동강령 제정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중국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어 이젠 우방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필리핀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좌초한 군함을 수호하려는 건 중국 주권 침해라면서,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이어가겠다며 맞선다.
중국은 특히 마르코스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가세한 탓에 필리핀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와 관련해 공세를 벌이고 있다면서 미국에 경고음을 발신해왔다.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군사 회담 재개를 미루는 배경엔 남중국해 갈등 상황이 연관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양국이 군사회담 재개를 합의했지만, 남중국해 대결로 문제가 복잡해질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5월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어디서든" 어느 한 국가가 공격을 받게 되면 상호 방어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필리핀에 군사적 공격을 현실화한다면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군함을 파견하거나 필리핀 등과 합동 해양 순찰을 벌이며 견제해왔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지난 18일 "항행의 자유 작전은 일관되게 이뤄져왔다"면서 국제 해역과 공역에서의 항행과 비행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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