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중단 2013년 이후 가장 많아…1분기에 임금 평균 7%↑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올해 미국은 노동자의 목소리가 커진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에서 올해 들어 대규모 파업이 400건 가까이 발생했으며, 향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미 CNBC 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의 집계 결과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미국에서는 50만명 이상 참여한 대규모 파업이 393건이나 발생했다.
미 노동통계국의 조사 결과, 1천명 이상 노동자가 참여한 조업 중단은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러한 파업으로 올해 1분기에만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의 임금이 평균 7% 인상됐으며, 이는 2007년 이후 분기별 임금인상률로는 가장 큰 폭이었다.
특히 할리우드 작가 1만1천500여 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은 유니버설과 넷플릭스 등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의 협상이 결렬된 후 지난 5월부터 148일간 파업을 벌여 첫해 5% 임금인상, 최소인력 보장, 인공지능(AI) 사용 제한 등 성과를 냈다.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도 지난 7월부터 118일간 파업을 벌여 AMPTP로부터 첫해 7% 임금 인상, 인기 스트리밍 프로그램과 영화에 대한 새 보너스 규정, AI 사용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 등 타협안을 얻어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포드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 제조업체 3사와 협상 결렬 후 지난 9월부터 46일간 파업으로 최소 33% 임금 인상과 전기차·배터리 부문 노조 편입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 의료종사자들로 구성된 카이저 퍼너먼트 노조연맹, 알래스카 어부, 매사추세츠 공립학교 교사, 캘리포니아 근로자들도 파업을 벌였다.
이처럼 올해 파업의 봇물이 터진 것은 노동계가 지난 몇 년간 지속해온 노력의 결과라고 노동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특히 '무노조'의 아마존에서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창고 노동자들은 2021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스타벅스 노동자들도 같은 해 뉴욕 버펄로의 한 매장에서 처음으로 조합을 결성하는 등 다양한 산업에서 노조 활동이 활성화됐다.
이와 함께 3.7% 수준의 낮은 실업률 등 현재 노동시장의 상황도 이러한 추세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현대사 전공 제이슨 레스니코프 조교수는 "근로자들이 이직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파업하기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조 활성화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레스니코프 조교수는 노동자들이 올해 협상을 통해 성과를 냄으로써 향후에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재 노조 가입률은 10%에 불과하지만, 이번 파업의 성과로 비노조 노동자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UAW 파업 이후 도요타와 테슬라 등이 임금인상에 나서는 등 이른바 '낙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nadoo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