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가 연말로 갈수록 떨어져 목표치인 2% 부근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 중 전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뒤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면서 내년 상·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 3.0%, 2.3%. 2.1%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보고서 설명회에서 "물가 상승률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 직전 최종 구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추구하는 중앙은행 총재의 지적을 그냥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없다면 수요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비용 압력도 점차 완화되면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10월을 고점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올랐는데, 올해 6∼7월 2%대로 떨어졌던 물가상승률이 8월(3.4%)과 9월(3.9%), 10월(3.8%)에 이어 4개월째 3%대에 머물렀지만 일단은 상승 흐름이 멈추고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10월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이런 둔화세가 12월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진다고 하니 다행스럽긴 하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물가상승 위험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한은은 국제유가 재상승과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식량가격 인상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하나같이 한국의 영향력 밖에 놓여 있는 해외 요인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 유가와 곡물가는 요동칠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누적된 비용 압력이 여럿이다. 대중교통 요금과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그동안 잔뜩 억눌려온 공공요금도 물가 안정에 복병으로 남아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물가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건 가격만 오르면 실질소득은 그만큼 감소해 생활이 궁핍해진다. 수치상으로 물가 상승이 둔화했다고 하지만 실생활에서 이를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한다는 시민들이 아직도 많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들이 물가를 부채질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설령 물가가 확연한 둔화세로 목표 수준에 근접한다고 해도 관계 당국은 방심하지 말고 인플레이션 대응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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