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협상 전 휴전부터, 영구 휴전이어야"…이스라엘 제안 거부
교전 지속, 팔 사망자 2만명 넘어…가자 구호 유엔 안보리 결의안 난항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말에 이어 연내 두 번째 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양측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달라 타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협상은 인질 40명 석방을 조건으로 1주일간 전투를 중단하자는 이스라엘의 제안에 따른 것이지만, 하마스는 일단 휴전을 해야 협상이 가능하고 휴전도 일시가 아닌 영구 휴전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 네타냐후 "하마스는 항복 아니면 죽음뿐"…협상 시작부터 기싸움
2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휴전 협상을 위해 중재국인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다.
이번 전쟁 기간 하니예가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직후에 이뤄졌다.
특히 지난번 하니예가 이집트를 방문한 이후인 지난달 말 첫 번째 일시 휴전이 성사된 만큼, 이번 방문을 계기로 두 번째 휴전의 실마리를 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정파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도 조직 수뇌부가 조만간 이집트를 찾아 휴전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 초반부터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라는 전쟁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기싸움을 벌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니예의 이집트 도착 이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하마스 제거, 인질 석방, 가자지구로부터의 위협 종식 등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의 모든 테러리스트는 항복과 죽음, 두 가지 선택지만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휴전 전망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살라 압델 샤피 오스트리아 빈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카타르, 이집트, 미국의 중재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다만 입장은 서로 매우 다르다"고 전했다.
◇ 이슬라믹지하드 "팔 수감자 수천명 전원 석방하면 인질 풀어줄 것"
양측은 휴전 기간과 목표에 대한 이견이 뚜렷하다.
이스라엘이 이번 협상을 위해 내놓은 방안은 하마스가 인질 약 4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1주일간 휴전을 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가로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적 휴전일 뿐 하마스 제거 전까지 영구 휴전이나 종전은 불가능하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은 확고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우리가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하마스는 일시적 휴전 대신 영구 휴전만이 논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한 팔레스타인 관계자는 "하마스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도주의적 휴전이 아니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전쟁을 완전히 끝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마스는 인질 40명 석방을 위한 이번 이스라엘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먼저 휴전이 시작되지 않는 한 인질 석방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집트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PIJ 역시 협상 시작 전에 이스라엘이 휴전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잔여 인질의 석방을 대가로 수천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전원의 석방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가자 전역서 시가전·공습…인도적 위기 지속
이런 가운데 이날도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 중심부에서 격전이 벌어졌으며, 이 지역의 주택 2채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전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지역에 대규모 공습이 가해져 최소 46명이 사망했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이번 전쟁 들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무장세력은 2만 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들 중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 중 약 90%가 피란길에 올랐으며, 이들 대부분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이들을 위한 물과 의료 서비스도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은 미국의 요청으로 표결이 미뤄지고 있다. 미국은 앞서 안보리에 제기된 휴전 촉구 결의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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