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제한철폐·국영기업 민영화·노동법 개혁 등 포함
야권·시민단체는 반발…20일에는 전국 각지서 집회 열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며 300여 건에 이르는 규제를 무더기로 철폐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방송 연설에서 "목적은 국가재건의 길을 따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고,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방해해 온 엄청난 수의 규제를 없애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국인 아르헨티나는 1900년대 한때 미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세계 5위 경제대국이었으나 1차 산업 위주의 경제구조와 정책 실패로 중진국으로 전락했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만 10차례 가까이 국가부도를 경험하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140%에 이르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국민의 40%가량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이달 10일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까닭에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당장 이날 철폐 대상으로 꼽힌 규제 중에도 임대료 제한과 국영기업의 민영화 방지 관련 규제가 포함됐다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밀레이는 이에 더해 '실질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과정을 촉진하기 위한 노동법 현대화'를 선언했고, 관광산업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와인생산, 무역 등 다방면에 걸쳐 여러 규제를 철폐 혹은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처는 정부 관보에 게재된 뒤 상하원 양원 합동 위원회의 평가를 받아 시행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아르헨티나 헌법 전문가 에밀리아노 비탈리아니는 AFP 통신 인터뷰에서 상하원 모두가 거부할 경우에만 이날 발표된 규제철폐가 번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가 이끄는 우익 성향 자유전진(리베르타드 아반자) 정당연합은 하원 257석 중 40석과 상원 72석 중 7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각지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의 공공지출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 보조금 삭감으로 교통비가 급등하고 공공사업 중단과 정부부처 축소로 대규모 해고가 예정된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기로 나선 것이다.
이날 시위에는 약 1만5천여명이 참가했다. 시위를 주최한 현지 노동자 단체 '폴로 오브레로'는 당초 5만명이 운집하기로 했으나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한 결과 예상에 미치지 못한 수만 모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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