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에 큰 영향 없어…"코스닥·중소형주 유리, 단기적 이슈"
(서울=연합뉴스) 이웅 임은진 배영경 기자 =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크게 완화함에 따라 연말 주식시장의 수급 교란 요인이 감소하면서 주가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대주주 양도세 완화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예고됐던 사안으로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덤덤한 증시…코스피 8주째 상승에 '숨고르기'
8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온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21일 오전 양도세 완화 방침이 발표된 직후 오히려 낙폭을 키웠다 줄이는 등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코스피는 오전 11시50분 현재 0.62% 내린 2,597.98로 6거래일 만에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859.76으로 0.37%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증시 반응은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자체로 호재지만 사전에 반영된 측면이 있는 데다, 증시가 두 달 가까이 큰 조정 없이 오르면서 과열 부담이 누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주주 양도세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인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매도세를 강화하며 차익실현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1월 한 달간 6조3천8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12월 들어서도 현재까지 5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시장에 좋은 이슈가 될 수는 있지만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연말 증시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연말 증시 수급 교란 완화 효과 기대
주식 양도세는 연말 기준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인 법정 대주주에게 부과된다.
주식 양도세 과세가 시작된 2000년까지만 해도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 이상이었지만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을 거쳐 현재 10억원 이상으로 낮아진 상태다. 이를 50억원 이상으로 다시 높이는 것이 이번 정부 방침의 골자다. 당초 30억원 이상으로 예상됐으나 완화 폭이 예상보다 커진 셈이다.
주식 양도세 적용을 받는 개인 투자자는 일부 '큰손'이지만 이들이 과세를 피하고자 연말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워 일반 투자자들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 취지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절세를 위해 연말 보유 주식을 처분한 뒤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당시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했으나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정책 결정이 지연돼 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정책 결정이 예상보다 늦었지만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도세 완화 조치는 연말 연초 중소형주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왕이면 정책 실효성 측면에서 좀 더 일찍 결정되면 좋았겠지만, 기한을 넘기지 않고 결정된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 "수급 측면에서 코스닥 유리…단기적 이슈"
증시 전문가들은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증시 수급 면에서 긍정적이고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 종목에 유리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가 많은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쪽에 영향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과거에는 12월 중순 넘어가면 일부 큰손들의 '팔았다 내년에 사야지' 하는 전략 때문에 시장이 안 좋아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시 방향을 좌우할 만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증시의 수급 교란이 덜 발생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이슈고 장기적으로 주식을 더 갖고 가게 하는 인센티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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