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국민 단결' 의도…국제대회 배제 선수에도 기회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옛 소련이 붉은광장에서 성대하게 개최하던 스포츠 퍼레이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부활할 예정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2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스포츠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1일까지 관련 제안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붉은광장 스포츠 퍼레이드는 러시아혁명 2년 후인 1919년 처음 열렸다고 타스통신은 소개했다. 소련이 건국 뒤 1931년부터는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천 명이 참가하는 국가적 정기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당시 러시아의 국가대표, 중앙아시아 출신 레슬링 선수들, 우크라이나 체조 선수들이 소련 음악에 맞춰 행진하면 스탈린이 팔을 들어 올리며 경의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진은 브라질 리우 카니발 못지않은 화려한 안무를 자랑했으며 선수들의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며 공산주의 이상을 선전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연출됐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퍼레이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41∼1944년 중단됐다가 1946∼1954년에는 디나모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8월에 열린 퍼레이드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 육군 원수도 초청됐다는 기록도 있다.
더타임스는 크렘린궁 내부 관계자를 인용,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국민이 단결할 수 있도록 이 행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체육교육 및 스포츠 위원회 회의에서 스포츠 퍼레이드를 재개하자는 우마르 크레믈례프 국제복싱협회장의 제안에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한 바 있다.
특히 내년 3월 15∼1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터라 화려한 스포츠 퍼레이드의 부활이 더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러시아 선수들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제재 차원에서 국제대회 출전에 제한받는 등 세계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내년 파리올림픽에도 러시아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는 '개인중립선수'로만 출전할 수 있다.
러시아는 내년 2월 21일∼3월 3일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접목한 사이버 스포츠 종목으로 구성된 '미래의 경기' 대회와 6월 12∼23일에는 25개 종목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 게임'을 카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두 대회에 독립국가연합(CIS)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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