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벗 주지사 "시카고시 이송버스 단속에 대응"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시의 불법입국자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 온 중남미 출신 이주민 100여 명을 태운 첫 전세기가 도착했다.
시카고시가 텍사스를 비롯한 남부 국경지대에서 불법입국자들을 실어보내는 전세버스들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66·공화)가 항공편으로 이송 수단을 바꾼 것이라고 abc방송은 전했다.
애벗 주지사는 "'성역도시'를 표방하는 시카고가 우리의 버스 이송 미션을 방해하고 표적삼기 시작했다"며 "텍사스는 이제부터 항공편 이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단속에 나설 때까지, 불법입국자 유입에 압도된 텍사스 국경마을의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벗 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한 국경 정책으로 인해 중남미 출신 불법이민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며 작년 4월부터 이들을 버스에 태워 '성역도시'를 자처하는 북부 도시들로 분산하기로 하고 워싱턴DC·뉴욕·시카고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AP통신은 애벗 주지사가 버스에 태워 성역도시들로 보낸 불법입국자 수는 8만 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시카고에는 총 2만6천여 명이 이송됐다.
시카고시는 올초 "수용 한계"를 선언하고 애벗 주지사에게 이송 중단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버스 규제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지난주부터 지정된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 시 당국의 승인없이 불법이민자들을 내려놓는 이송버스들에 대해 압류 및 벌금 부과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자 버스업체들은 이송자들을 언제 어디에 내려놓을지 등에 관한 정보를 더이상 시 당국에 제공하지 않고 이들을 시내 비공개 장소에 몰래 떨구기 시작했다고 시카고 시장실은 밝힌 바 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은 불법입국자 항공편 이송 소식을 듣고 "애벗 주지사는 미 전역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작정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한 시카고 출신 라틴계 선출직 공무원들도 "잔인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시카고 뿐아니라 모든 성역도시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각 도시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방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시카고 불법입국자 보호소에서 5세 소년이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숨지면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 요구도 한층 높아졌다.
안젤로 퍼난데스 에난데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애벗 주지사는 이주민들이 엄동설한에 길거리를 떠돌게 하고 국경순찰대 업무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철조망을 설치하고 텍사스 지역사회 안전을 훼손하는 극단적 입법들을 밀어부치고 있다"면서 "그는 중남미 출신 이주민들을 정치적 볼모 삼을 뿐 문제 해결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텍사스에서 남편·세 자녀와 함께 전세기에 올라 시카고로 왔다는 망명희망자 아나 마리아 지오다노(35)는 "비행기에 100여 명이 탑승했다. 모두가 영문을 모른 상태였다"며 "우리를 인솔해서 온 사람들은 가장 먼저 비행기에서 내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공항 직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답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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