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노르웨이 연구팀 "24시간 먹는 여름철 수면 부족, 새김질하며 보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산타의 선물 썰매를 끄는 루돌프로 유명한 순록은 낮이 계속되는 북극 여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 먹이를 새김질하면서 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 레토 후버 교수와 노르웨이 트롬쇠 북극대학(UiT) 가블리엘라 바그너 교수팀은 23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새김질할 때 순록의 뇌파는 비렘수면(non-REM sleep. 눈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수면. 4단계로 구분하며 3,4단계는 깊은 수면에 해당하는 서파수면) 중 뇌파와 비슷하고 새김질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뇌파 패턴은 순록이 새김질하는 동안 수면 같은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겨울에 대비해 거의 24시간 먹이를 먹는 여름철에 순록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극의 여름과 겨울에는 낮과 밤 일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북극에 사는 순록은 봄과 가을 낮에는 활동성이 커지지만, 여름과 겨울에는 일주기 행동 리듬을 보이지 않으며 이런 계절적 차이가 순록의 수면에 미치는 영향도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노르웨이 트롬쇠에 있는 북극대학(UiT)에서 유라시아 툰드라 순록(Rangifer tarandus tarandus)을 대상으로 계절별 밤낮 주기가 순록의 수면 패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했다.
조명과 온도를 조절해 동지와 하지, 추분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실내 마구간에서 암컷 순록들 머리에 뇌파 검사 장치(EEG)를 부착하고 충분한 먹이를 제공하면서 행동과 뇌파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순록들은 여름에 더 활동적이지만 겨울, 여름, 가을에 거의 같은 양의 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록들은 계절과 관계 없이 하루에 비렘수면 5.4시간, 렘수면(REM sleep. 급속 안구운동 수면. 깨어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 0.9시간, 새김질 2.9시간을 보냈다.
연구팀은 순록이 겨울과 여름에 같은 양의 잠을 잔다는 것은 수면시간이 제한되는 여름에 다른 수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새김질하는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수면을 대체할 가능성을 가정했다.
양·염소·소 같은 새김질(반추) 동물은 새김질하는 동안 수면과 비슷한 뇌파가 생성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새김질이 수면과 유사한 회복 기능을 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이 새김질하는 동안 순록의 행동과 뇌파를 관찰한 결과 행동은 잠자는 순록과 비슷했고, 뇌파는 비렘수면에서 나오는 뇌파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히 앉거나 일어서 있는 새김질 자세는 잠잘 때와 비슷하고, 주변 소란에 대해서도 깨어있는 순록은 45%가 즉각 반응을 보였으나 새김질하는 순록은 25%, 비렘수면 상태 순록은 5%만이 반응을 보였다.
이어 뇌파검사를 통해 새김질이 수면 욕구를 감소시키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수면시간을 2시간 줄인 순록은 잠을 잘 때 깊은 잠을 뜻하는 서파(slow wave) 활동이 증가, 수면 욕구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새김질 후 수면에서는 서파 활동이 감소했고 새김질을 많이 할수록 감소 폭도 커졌다.
논문 제1 저자인 취리히대 멜라니 푸러 박사는 "이 결과는 순록이 새김질을 많이 할수록 비렘수면이 더 적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겨울에 대비해 여름에 먹이를 많이 먹어야 하는 순록에게 시간을 절약하며 수면과 소화 기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새김질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Reto Huber et al., 'Rumination can substitute for sleep in reindeer',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3)016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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