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두 사촌여동생 살해범 몰려…"고문으로 거짓자백" 재심 청구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에서 아내 사촌 여동생들의 살해범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50대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대완신문 등 현지 매체가 22일 보도했다.
네이멍구 인민고등법원은 지난 20일 저우융강 씨에 대한 강간 및 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1988년 같은 마을에 사는 여인과 결혼한 그는 그해 7월 아내의 두 사촌 여동생이 약초를 캐러 갔다가 성폭행당한 뒤 피살되면서 기구한 운명의 늪에 빠졌다.
당시 17살과 18살이었던 아내의 사촌 여동생들의 시신을 최초 발견해 공안에 신고했다가 범인으로 몰렸다.
사건 발생 한 달 뒤 유력한 용의자로 공안에 체포된 그는 결국 기소됐다.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2009년 12월 출소할 때까지 21년 4개월을 복역했다.
그는 공안 수사 당시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다 번복해 범죄 사실을 인정했으나 형이 확정된 뒤 가혹한 고문에 못 이겨 허위 자백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교도소 복역 중 빗자루 가지로 손가락을 찔러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혈서를 써 함께 복역하던 수감자를 통해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저우 씨와 그의 부모는 1991년부터 2년 동안 공안이 그를 범인으로 몰며 유력한 증거로 제시했던 사망자들의 체내 분비물을 다시 감정해줄 것을 사법기관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안은 "이사 과정에서 분실했다"며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이 증거물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저우 씨와 그의 부모는 부당한 판결을 바로잡아달라며 재심을 청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그의 무죄를 확정 지었다.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100여 차례 법원을 드나들었던 아버지는 그가 출소하기 10년 전에 사망했다.
그의 아내는 그의 결백을 믿으며 그가 출소할 때까지 홀로 딸을 키워왔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저우 씨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 나이는 18살에 불과했다"며 "나의 모든 청춘을 감옥에서 보냈고, 35년이 지난 뒤에야 진실이 밝혀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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