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 미얀마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군사정권이 저항 세력 진압에 몰두하는 사이 치안은 악화했고, 외곽 지역에서는 마약과 온라인 사기 등 범죄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얀마 사태는 점점 국제사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무고한 미얀마인들의 희생과 더불어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는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이 됐다.
집권 세력 탈레반이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면서 아프간 아편 생산량은 급감했지만, 미얀마에서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아편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접경지대인 '골든트라이앵글'은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다.
최근 혼란을 틈타 미얀마 국경 지역에서의 마약 생산이 더 늘고, 태국 등을 거쳐 세계 각지로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량이 늘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 마약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미얀마 등지에서 생산된 마약은 태국 등을 통해 한국으로도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사기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범죄조직들이 미얀마를 본거지로 삼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국제 범죄조직이 동남아시아인 수십만명을 범행에 동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직들은 인신매매와 취업 사기 등으로 모은 사람들을 온라인 사기나 암호화폐 사기 등의 범죄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감금돼 일하며 구타 등 가혹 행위에 시달리고, 심지어 살해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범죄조직에 붙잡혀 일하다가 탈출하거나 구조된 사례가 현지 매체에 종종 보도된다.
한국 국민도 범죄의 영향권에 있다.
미얀마 타칠레익 지역에서 불법 업체에 붙잡혀있던 한국인 19명이 미얀마에 구금돼있다가 지난달 풀려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을 미얀마로 밀입국시킨 뒤 감금하고 한국인 대상 투자사기 범행을 강요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중국도 윈난성 접경인 미얀마 북동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상대 온라인 사기 조직들로 골치를 앓아왔다.
최근 국경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군정을 상대로 총공세에 나선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북부 샨주에서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 동맹'은 지난 10월 27일 미얀마군을 상대로 합동 공격에 나섰다.
이를 두고 군정 측은 중국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의 공격을 지원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이후 '뒷배' 역할을 해온 중국에 밀착해온 군정의 이례적인 불만 표출이었다.
중국은 군정에 온라인 사기 조직 단속을 주문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대신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을 이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온라인 사기 소탕 작전'은 최근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중국 공안은 9월부터 온라인 사기 가담 범죄자 3만1천명을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인계받았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이처럼 치안 공백이 생긴 미얀마에 자리 잡은 범죄조직들은 국제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급팽창했다.
마약과 온라인 사기 모두 개인이나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의 관심과 경계가 요구되며,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얀마에서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반인류 범죄'도 마찬가지다.
인권 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에 살해된 민간인은 4천300명에 육박한다.
10월 말 시작된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공세 이후에만 수십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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