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관식 준비 과정 담은 다큐멘터리 방송 예정
대관식 집전 맡은 대주교, 리허설 중 기도문 잊어버려 '얼음'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넌 나처럼 소시지 손가락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을 연습하면서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BBC 다큐멘터리 '비하인드 스토리'에 포착됐다.
BBC는 오는 26일 BBC One 채널에서 찰스 3세의 대관식 준비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9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찰스 3세를 비롯한 왕실 인사들이 버킹엄궁 내부를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 꾸미고 리허설하는 모습이 담겼다.
윌리엄 왕자가 찰스 3세의 예복 착용을 돕다가 작은 장식 고리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찰스 3세는 웃으며 "너는 나처럼 소시지 손가락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찰스 3세의 유달리 두툼하고 긴 손가락은 종종 대중의 관심과 걱정을 샀는데 그는 먼저 자신의 손가락을 농담거리로 삼곤 했다.
이날도 고리를 연결하지 못해 쩔쩔매는 아들을 보고 소시지 같은 자기 손가락을 '셀프 디스'하며 긴장을 풀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에는 대관식 집전을 맡은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리허설 도중 기도문을 깜박해 좌중을 웃게 만든 장면도 담겼다.
대주교가 대관식 의자에 앉은 국왕에게 축복 기도를 하던 도중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다른 성직자가 "전에도 이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라고 놀린다. 이에 대관식 예복을 입고 있던 찰스 3세도 웃음을 터트린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제 기억력은 우리 집 스패니얼(견종)만큼이나 좋은데, 다시 말해 '제로'"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선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감정에 휩싸여 있는 찰스 3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여동생인 앤 공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마지막 날들을 보낼 수 있게 가족이 설득했다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서 꺼냈다. 밸모럴성은 여왕이 여름철 휴가지로 가장 선호한 곳이다.
당시 여왕은 자신이 스코틀랜드에서 서거하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앤 공주는 밝혔다.
앤 공주는 "우리는 현실적인 문제가 의사 결정 과정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자신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하라고 여왕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고인이 된 여왕의 관에서 왕실 보석상이 왕관 등을 꺼내던 순간 "오히려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앤 공주는 "왠지 모르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임감이 넘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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