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내년 하락 전환 관측 우세…전세가격은 상승 전망
분양침체로 커지는 PF발 유동성 위기…"부실 폭탄 현실화시 시장 충격"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와 맞물린 고금리 기조로 대출 금리 부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매수 심리를 되살릴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건설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말에 한 중견 건설사가 워크아웃설에 휩싸이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 상황에서 PF 우발채무에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 전반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 고금리 대출부담 등에 부동산시장 하락 전망 우세
내년 부동산 시장은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상승세로 한때 반등했던 주택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고 낙폭도 커지는 등 조정 국면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추세는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지난 6월 상승세로 전환됐던 전국 아파트 가격은 5개월여 만인 11월 넷째 주에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지난 12월 둘째 주까지 4주 연속 계속되고 있으며, 서울(-0.04%, 지난 18일 기준), 수도권(-0.06%), 지방(-0.04%)을 가리지 않고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한 실거래가지수도 하락으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08% 떨어지며 올해 들어 처음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20% 내리며 1월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수요도 줄어든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2천313건으로 올해 1월(1천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1월 거래량(이달 말까지 신고)도 12월 16일 현재 1천672건에 그치며 10월보다 줄어드는 것은 물론 2천건에도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조정세는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 하반기에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여기에 올해 부동산 가격 회복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 내년 1월 종료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생아특례대출이 새로 도입되기는 하지만 규모(27조원 전망)가 특례보금자리론보다 작고 수혜 대상도 특정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대출 경직성 강화, 고금리 강화 우려 등을 이유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해보다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지난 22일 '2024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내년에도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연간 1.5%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매매 수요가 전세로 넘어가면서 전세가격은 내년에도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세 수요가 매매로 이동할 경우 제한적이나마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내년도 서울지역 입주 물량 감소에 따라 전세가격이 추가 상승할 경우 매매가격에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 분양 침체로 PF 폭탄 터지나…업계 위기감 고조
부동산 시장 조정은 분양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PF가 크게 늘면서 대출 규모는 급증했는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실제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2021년 말 112조9천억원, 2022년 말 130조3천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2021년 0.37%로 낮아지다가 2022년 1.19%, 올해 6월 말과 9월 말 각각 2.17%, 2.42%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PF 사업 추진이 불발되면 건설사들의 채무(우발채무)가 된다는 점이다.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시행사의 PF에 대해서는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연대 보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PF 보증이 존재하는 16개사의 PF 보증액은 총 28조3천억원이나 된다.
시공능력 16위의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유동성 악화설, 워크아웃설 등에 휩싸인 것도 부동산 PF 우발채무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인 3조4천800억원이다.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한국기업평가 등의 진단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또 PF 우발채무 증가 등을 이유로 최근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A)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나아가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PF 위기가 건설업체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 경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장별 수익성이 저하되며 PF 우발채무의 차환 및 현실화 위험은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재무적 완충력 대비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다하거나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파가 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는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만기도래 시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게 된다"면서 실물 침체 및 구매력 약화, 매수 심리 약화 등의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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