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에서 전쟁 축소 압박 '곰의 포옹' 전략, 이스라엘에 통할지 미지수"
국제사회 비판에 궁지…"우크라전에서 보인 리더십과 딴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이 앞으로 몇 주 내로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축소하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한다는 새로운 외교 목표를 세우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 가면서 가자지구에서는 사망자가 2만명 넘게 나오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압박'보다는 '조언'을 통해 전쟁을 억제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을 지지하면서도 민간인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식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런 전략이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미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고 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물론 젊은 유권자들, 아랍계 미국인들로부터 지지를 잃고 있는 형국이라고 영국 BBC 방송은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연신 이스라엘과 중동을 방문해 최고위급에서 공개적으로는 하기 어려운 대화에 나섰고, 그 결과 1주일간의 일시휴전과 인질 석방 등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와 관련해서는 진전이 없었던 탓에, 내년 1월은 가자지구내 군사작전을 보다 정밀화·표적화해 민간인 희생을 줄이도록 설득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로서는 중차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지적된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이면에서는 자제를 압박하는 일명 '곰의 포옹'(bear hug) 전략이 군사작전 변경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미 국무부에서 25년간 중동 문제를 다룬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압박으로 이스라엘이 정책 노선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마법 같은 것"이라며 "전장의 역학은 우리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다"고 꼬집었다.
2024년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시점이다.
여론조사에서 미국 20대 젊은 유권자들은 팔레스타인 쪽에 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민주당 내 진보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전쟁에 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보다 강경한 쪽으로 선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반대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이런 입장은 국제적으로도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거부했다가, '적대행위 중단'에 관한 문구를 빼는 등 결의안에 대해 '물타기'를 한 끝에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The Elders)의 의장인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최근 RTE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신뢰와 존경을 잃고 있다"며 "미국이 자제를 촉구하지만, (이스라엘은)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국이 현재 "방어적으로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라며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일본 같은 동맹국들과도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보리 결의안에 기권한 데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보다야 낫겠지만, 미국의 대외 이미지에 썩 도움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미국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국제법과 인권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국제사회를 결집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맞서며 러시아에 책임을 묻는 미국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던 인권 단체들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NYT는 "가자지구와 관련해 미 정부를 향한 국제사회의 악감정은 단기간에 미국의 다른 외교적 목표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0일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계속해서 세계 각국을 집결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와 관련해서도 "역내, 전 세계 각국이 우리와 협력하기를 원하며 이번 위기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