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통일 당시 서독 내무부 장관으로 동서독 통일조약 협상을 주도했던 볼프강 쇼이블레 연방하원 원로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유럽 차원의 핵 억제력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72년 처음 연방하원에 입성한 뒤 반세기 넘게 의원을 지내 가장 오래된 하원 구성원인 그는 이날 독일 벨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핵 억제력을 유럽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전반적인 재정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 사용 여부와 관련한 최종결정은 프랑스가 갖게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다.
핵 억제력은 상대방이 보복 공격을 우려해 선제공격을 단념하도록 만드는 핵전력을 말하며, 사실상 핵무기를 의미한다.
쇼이블레 의장은 지금과 같은 위기는 없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공격에 촛불을 들고 맞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은 유럽에 대한 침공이기도 한 만큼, 방위력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병역의무 재도입을 통해 강화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우리가 단기 내지 장기간에 걸쳐 국방을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유럽은 충분한 억제력이 필요하다. 자유와 안전이 우선이다.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이 유럽의 안전보장을 위한 주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면서 "유럽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려면 우리는 더 강력한 유럽 차원의 방위력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쇼이블레 의장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마린 르펜이 집권할 시나리오에 대해 두렵지 않다며, 트럼프의 당선은 유럽이 중요한 데 집중하고 합의에 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내각에서 활약했던 쇼이블레 의장은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와 원내대표, 총리실장, 재무장관, 내무장관을 지냈다. 동서독 통일 조약 협상을 주도했으며, 하원 연설을 통해 베를린이 통일수도가 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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