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보도…즈베즈다 조선소가 美특별지정제재 대상 오를 것 대비
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도 건조계약 해지하며 대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김보경 기자 =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010140]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조선소에서 진행됐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를 중단했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계약한 LNG 운반선 15척 중 10척에 대한 선박 블록과 장비 제작을 중단했다.
삼성중공업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선박 5척 건조를 위한 블록 및 장비 제작은 막바지 단계이고, 나머지 10척의 선박에 대해서는 블록과 장비 제작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은 아직 취소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달 중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지정제재 대상(SDN)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DN 리스트에 오르면 해당 기업의 모든 자산은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9∼2020년 말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아틱·북극) LNG-2'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 15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금액이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당시 조선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 계약으로 기록됐다.
아틱 LNG-2는 러시아 시베리아 기단 반도에 있는 가스전 이름으로, 러시아가 2025년까지 연간 1천980만t의 LNG를 생산하기 위해 개발 중인 초대형 가스전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건조계약이 아닌 즈베즈다 조선소의 기술 파트너로서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NG 운반선은 국내 거제조선소가 아닌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삼성중공업이 계약 후 수주 공시가 아닌 선박 블록·기자재 공급 공시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러시아 극동 볼쇼이카멘에 있는 현지 최대 조선소 중 하나다.
삼성중공업은 로이터통신 보도와 관련, 선박 5척은 이미 건조돼 인도 중이고, 나머지 10척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건조가 중단됐지만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건조 중단 시점은 최근이 아니라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는 다른 조선업체에도 미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이자 '빅3' 중 하나인 HD한국조선해양의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즈베즈다-현대 LLC'라는 합작사를 만들었고, 현재도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다만 현대삼호중공업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가 러시아 측과 맺은 선박 건조계약은 현재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도 2021년까지 러시아와 총 3척의 LNG 운반선 건조계약을 맺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한화오션은 계약 해지 후 건조 중인 LNG 운반선 3척에 대해서는 다른 선주사와 매각을 논의 중이다. 다만 계약 해지에 따라 계약금을 회수하지 못한 러시아 측은 한화오션을 상대로 중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발주하는 쇄빙 LNG 운반선은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는 가스 운반선으로, 선가가 일반 LNG 운반선보다 1.5배 비싸다.
일각에서는 조선업계의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에 따라 계약 해지에 따른 국내 조선업체들의 손해가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계약 해지에도 건조됐거나 건조 중인 선박은 아직 소유권이 조선업체에 있어 재매각시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여파가 조선업계에도 크게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yunzhen@yna.co.kr,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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