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인도적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주민 모두가 식량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220만명 전체가 이달 8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급성 식량 위기'(acute food insecurity)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은 식량 위기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기근(Famine)' 등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통합식량안보 단계(IPC)라고 불리는 이 5단계 분류에서 3단계 이상을 급성 식량 위기 상태로 본다.
WFP는 가자지구 주민의 식량 사정을 주기적으로 평가·예측하고 있는데, 이달부터 내년 2월 7일까지의 식량 사정을 추정한 결과 가자지구 주민 모두가 급성 식량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가장 심각한 수준인 5단계에는 50만명이 해당할 것으로 조사됐다. 5단계인 '기근'은 대상자가 극심한 식량 부족과 굶주림을 겪는 가운데 기근에 대처할 능력이나 주변의 지원마저 없는 최악의 상황을 지칭한다.
교전이 격화하면서 구호품 지원 자체가 끊긴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식량 사정이 대체로 5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5단계보다는 덜 심각하지만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수준인 4단계(비상)에 이른 가자지구 주민도 95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WFP는 추정했다.
지난 10월 7일 개전 이후로 대다수의 가자지구 주민은 식량과 물을 국제기구의 구호품에 의존해왔다. 현지에 제빵소와 담수화 시설이 있지만 몇 안 될뿐더러 이마저도 구호품으로 제공되는 연료가 없으면 빵·식수 생산을 중단한다.
식량과 물을 포함한 구호품은 트럭에 실린 채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와 케렘 샬롬 통로로 가자지구에 반입된다.
반입량이 하루에 트럭 100대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현지 구호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고 유엔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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