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신임 사장 선임에 전정부 측 국가미디어위 다른 사장 선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폴란드 새 연립정부의 '언론개혁'을 두고 전·현 정권 간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락티브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국가미디어위원회(RMN)는 국영 방송사 TVP의 신임 사장으로 미할 아담치크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국가미디어위는 이제는 제1야당이 된 법과정의당(PiS) 집권기인 2016년 신설된 기구로, 공영언론 경영진 임명 업무를 맡고 있다.
10월 총선으로 정권이 교체되긴 했으나 이 기구는 여전히 PiS 측 인사가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가미디어위의 이날 사장 임명은 최근 새 정부가 단행한 TVP 경영진 교체에 대한 반발성 인사로 보인다.
새 정부의 내각 출범 직후 20일 문화부는 '공영 미디어의 공정성 회복'을 명분으로 국영 TV, 라디오, 뉴스 통신사의 사장과 이사진을 전격 해임했다.
TVP 역시 기존 이사회를 강제 해산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출범시켰다. 새 이사회를 통해 언론인 토마시 시구트가 TVP 새 사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아직은 법적 지위가 유효한 국가미디어위에서 신임 사장을 다시 임명하면서 국영방송이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새 정부의 강제 해산을 받아들이지 않은 TVP 기존 이사회는 별도로 제3의 인물을 사장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자체적으로 발표하면서 사장만 3명이 난립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됐다.
친(親)유럽연합 성향의 새 정부는 민족주의 성향 PiS가 집권한 8년간 TVP를 비롯한 공영 언론이 정권 선전매체로 전락했다며 일련의 조처가 불가피하다며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PiS는 새 정부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PiS측 인사로 분류되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까지 국영방송을 둘러싼 전·현 정권의 충돌에 가세했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지출계획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의원 내각제인 폴란드에서 실질적 권리는 총리가 쥐고 있으나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정부 입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다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영방송 정책이 '위헌'이라면서 예산안에 포함된 30억 즈워티(약 9천928억원) 규모 공영언론 지원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예산은 PiS 집권기 시절에도 이미 동일하게 배정됐던 예산이다. 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 정부에 대한 PiS의 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처로 해석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급진적 개혁 방식에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폴란드 비정부기구(NGO)인 '헬싱키 인권재단'은 성명에서 "공영언론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공영언론의 변화 방식에 심각한 법적 의문점이 제기된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8년 만의 정권 탈환과 함께 여러 방면 걸쳐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는 터라 국영방송 사장 임명을 시작으로 향후 전·현 정권 간 충돌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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