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 대상인 유대인 정착촌에서 30년 넘게 시장을 지냈던 인물을 주이탈리아 대사로 임명하자 이탈리아가 5개월 가까이 승인을 거부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스 아로노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월 말 임명된 베니 카슈리엘 신임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사전 승인)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아그레망은 특정 국가가 상대국에 대사를 파견하기에 앞서 해당 국가의 사전 승인을 얻는 외교 절차를 말한다. 아그레망이 거부되면 대사를 파견할 수 없다.
카슈리엘 신임 대사는 팔레스타인 서안의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인 말레 아두밈에서 31년간 시장을 지냈다. 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정착촌 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대인 정착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하며 국제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이탈리아 정부가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정착촌 지도자로 인식되는 인물을 신임 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양측의 분쟁을 바라보는 유럽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반대는 이러한 광범위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탈리아가 카슈리엘 신임 대사에 대한 우려를 담은 비공식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아직 확정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 측은, 이 같은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신중한 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