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하면 잡기 난감…항공사도 적극적으로 못 나서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최근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베트남 호찌민으로 단체여행을 인솔하던 직원 A씨가 인천공항에서 5천 달러를 환전해 출국했지만, 호찌민 공항에 도착해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신고한 A씨는 "환전할 때부터 밀착해서 관찰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 국적기도 캐빈 승무원들을 상대로 기내 도난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하달했다.
국적기 내부에서 한국인 남성 B씨가 미화 현금 1천500달러를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런 내용의 안내문을 낸 것이다.
당시 B씨는 3줄 앞자리의 중국인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중국인 남성이 자신의 짐이 보관돼 있지도 않은 짐칸을 반복해서 여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 남성은 연결편 환승 예정이라며 공항 경찰대에 인계 거부 의사를 밝혀 수사가 무산됐다.
항공사는 실제 도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이기에 짐 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체 인원을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다른 사람의 가방 등에서 물건을 꺼내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경우에만 기내절도 행위임을 판단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여행사 직원인 A씨가 도난을 당한 것은 지난 12일.
A씨는 포털을 살펴보다 한 항공사 승무원이 올린 기내도난 관련 글을 블로그에서 발견했다.
항공사 승무원 C씨가 하루 앞선 11일 올린 글에는 기내도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C씨는 '한 번도 비행에서 '도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 터지고야 말았다'면서 '내가 확인한 피해자만 해도 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C씨에 따르면 최근 소속 항공사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 홍콩 구간에서 절도가 일어나니 조심히 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지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기내도난이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최근 홍콩발 항공편에서 범인을 현장에서 긴급체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중장거리 노선에서 기내 도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주로 환승을 해서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런 경우 어쩌면 검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여행객은 도난을 걱정하며 떨고만 있어야 할 것인가.
대만 경찰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만 항공 경찰국은 대만으로 오가는 여객기에서 현금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3개월간의 분석과 조사를 벌였다.
비행 일정과 기내 좌석 등을 분석한 뒤 용의자가 아시아와 동남아 국가에서 탑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스파이 카메라 등을 동원해 항공기 기내에서 128만 엔(1천150만 원 상당)을 훔친 그를 지난 9월 검거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절도 발생 주변 승객의 인적 사항 등을 살펴보면 용의자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여행객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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