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외국 정상으로부터 환대 받고, 정부 대표단과 곳곳 누벼
"정치인 주목은 지원 받을 기회인 동시에 도전과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주목받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외국을 찾을 때 정부 고위 인사가 방문하는 것처럼 현지 국가 원수들로부터 환대받았다.
또 최근 국빈 방문이 이뤄지는 곳곳에서 반도체가 주역이 되기도 하며 각국 정부 대표단은 반도체 제조업체 대표들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이 정치 현장 곳곳에서 '새로운 스타'(New Star)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편 각국 정치인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반도체 산업에는 기회인 동시에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기업으로서는 정부로부터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지만, 새로운 규제와 제한에는 직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한 역할이 드러나면서 미국과 동맹국 간 반도체 외교 시대가 시작됐다.
여기에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엄격히 차단하고 나선 데다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붐이 일면서 이 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젠슨 황 CEO는 이달 초 일본과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며 자사 제품이나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정부 주요 관리들을 만났다.
그는 지난 4일 일본 방문 중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났는데,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월에는 인텔, 대만 TSMC, 삼성 등의 최고 경영진에게 자국의 반도체 생산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달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 주요 목적지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였다. 한국 대표단에는 ASML의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뇌들이 함께했다.
ASML의 피터 베닝크 CEO는 지난 9월 대학생 상대 강연에서 정부 보조금이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한편, 반도체에 대한 포부와 관련해 명확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 국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예외적으로 한국과 윤 대통령을 인용했는데, 국가 혁신의 초석으로 반도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이유였다고 WSJ은 전했다.
정치인들이 더욱 주목하면서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으로서는 정책 입안자와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무역 규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독일 싱크탱크 SNV(Stiftung Neue Verantwortung)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에 더욱 중요해지면서 2021년 이후 반도체 관련 수십 개의 정부 간 파트너십이 형성됐다.
이 파트너십은 정책 조정, 인력 개발, 공급망 모니터링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파트너십은 이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엔비디아를 비롯한 몇몇 대형 반도체 회사들은 최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로비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의 경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가 강화되자 여러 사람을 고용했다.
반도체 투자가 몰리는 애리조나 지역의 투자 진흥기관인 광역피닉스경제협의회(GPEC)의 크리스 카마초 CEO는 최근 네덜란드 총리가 이끄는 정부 대표단을 맞았는데, 그가 이처럼 국가원수가 참여한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네덜란드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했던 ASM인터내셔널의 벤자민 로 CEO는 "요즘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커지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와 정치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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