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트레카니 백과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페미사이드'(femicide)를 선정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를 합한 말로 수 세기에 걸친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의적 또는 우발적으로 살해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트레카니 백과사전은 "페미사이드라는 단어는 일종의 경종으로 인식될 정도로 올해 존재감이 더 커졌다"며 "거의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여성 혐오 범죄를 모두가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페미사이드는 이탈리아어로는 펨미니치디오(femminicidio)다. 이 단어는 2001년 10월 7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처음으로 사용했고 7년 뒤인 2008년 트레카니 백과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됐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서는 22세 여대생 줄리아 체케틴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실종 당시부터 이탈리아 언론을 달군 이 사건이 체케틴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귀결되면서 여성 폭력 피해에 대한 국가적 성찰의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체케틴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고, 장례식에는 1만명 이상의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전국으로 생중계된 그의 장례식에서 유가족은 "끔찍한 폭력의 재앙을 종식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에서 살해된 여성은 118명에 이르는데, 이 중 96명은 가족이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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