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생전 '비자금 조성' 중단 제안했지만 의원들 반발에 무산"
의원 10여명 7억 빼돌린 의혹도…"고급식당·클럽서 비자금 사용"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검찰이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모리 요시로 전 총리의 관여 여부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세이와정책연구회 회장을 지낸 모리 전 총리가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할당량 이상을 모금한 의원에게 초과분을 돌려주는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의원 측 상담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아베파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다시 넘겨줬으며, 이를 계파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와 개별 의원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방식으로 5년간 총 5억엔(약 46억원) 정도를 비자금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파는 20년 이상 이런 '관례'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 전 총리는 1998년 세이와정책연구회 회장에 취임한 뒤 2000년 총리에 취임하면서 물러났다. 그는 이어 2001∼2006년에도 회장을 지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22년 7월 사망한 후에는 아베파 회장을 공석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 성립에도 모리 전 총리의 의향이 반영되는 등 여전히 아베파에 영향력을 유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2022년 아베파 회장을 맡았을 당시 파티에서 모인 자금을 의원에게 돌려주는 절차가 불투명하니 중지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아베파 파벌 간부와 회계책임자들을 모아 놓고 중지할 것을 협의했으나 이후 일부 의원에게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아베 전 총리가 같은 해 7월 총격으로 숨지면서 아베파의 비자금 조성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아울러 아베파 소속 일부 의원들이 파티권 할당량 초과분 가운데 계파에 보고하지도, 개인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도 않은 채 중간에서 빼돌린 금액이 최근 5년간 최소 8천만엔(약 7억4천만원)에 이른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이런 수법으로 10여명의 의원이 1인당 수십만엔에서 1천여만엔가량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파 비자금 규모는 기존 알려진 5억엔을 더해 총 5억8천만엔(약 53억4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미우리는 이런 비자금이 간담회뿐 아니라 식사비나 고급 클럽 비용 등으로 사용됐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 의원 비서는 "(비자금) 대부분이 동료 의원과 관료 등의 간담회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고급 음식점이나 고급 클럽으로 2차 모임을 가는 등 수지보고서에 기재하면 비판받을 만한 용도로도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의원(상원) 선거가 열린 해에는 일부 참의원 의원이 할당량을 포함해 파티권 판매금 전부를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자금이 선거에서 사용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요미우리는 지적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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