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류, 당 대 당 외교 넘어 비공산국가와 교류서 전진 배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류젠차오(59)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중국 외교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고 있으며 그가 차기 중국 외교부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중국 외교 정책에서 외교부가 아닌 류젠차오가 이끄는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역할이 강화된 점에 주목하며 류젠차오의 승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대외연락부는 중국 공산당의 당 대 당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로 북한, 베트남 등 사회주의 우호국들과의 외교를 책임진다.
하지만 류젠차오는 2022년 6월 대외연락부장에 취임한 이후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두 차례 만난 것을 포함해 베이징에서 200여명의 외국 사절과 외교관을 만났다.
또 18개국을 방문했고 그중 11개국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시아를 벗어난 지역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고위 관료로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호주를 찾았다.
이와 함께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와 함께 '트랙 1.5 대화' 행사를 주재했다.
SCMP는 "중국에서 국가 간 외교는 외교부가 담당하는 상황에서 류젠차오의 이같은 행보는 대외연락부의 의미심장한 위상 강화"라며 "베테랑 외교관 류젠차오의 지휘 아래 대외연락부가 중국의 대외 이미지 향상을 위해 더욱 전진 배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 및 그 동맹들과 냉전 같은 험악한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대외연락부가 중국을 위한 좀더 우호적인 국제 환경 조성 지원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측통들은 류젠차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옥스퍼드대에서 외교학을 잠시 공부한 류젠차오는 2001년부터 8년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맡았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주재 중국 대사를 역임했다.
2013년 11월부터 2년 가까이 외교부 부장조리로 재직하는 동안 한반도 업무에도 관여했고 이후 국가부패예방국 부국장, 중앙기율위원회 국제협력국 국장 등 사정 분야에도 몸담으며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에 앞장섰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외교 분석가는 SCMP에 류젠차오가 중국과 이념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국가들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특히 더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분석가는 "류젠차오는 일반적으로 '늑대 전사' 외교관으로 여겨지지 않으며 승진할 여지가 상당하다"면서 "이는 외국 정당,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구축하려는 그의 의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 외교가의 고속승진 스타였던 친강이 지난해 7월 갑자기 낙마한 후 류젠차오와 대외연락부가 주목받았다고 짚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류젠차오가 강력한 외교 기술과 배경으로 무장한 노련한 베테랑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분석센터 연구원 닐 토머스는 류젠차오가 정교한 영어를 구사하는 능숙한 외교관으로, 서방과의 외교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시 주석의 시도를 지원하는 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류젠차오가 차기 중국 외교부장의 유력 후보라면서 "류젠차오의 서방에서 눈에 띄는 외교는 더 주목받고 더 높은 직위를 위한 오디션 같은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공산당과 160여개국의 600여개 정당·단체들 간 일련의 고위급 대화와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대외연락부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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