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인터뷰…"러시아 놔둔다면 서방도 위험" 경고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침략 전쟁에 맞서 새해 첫날 인터뷰에서 "푸틴이 여러분의 자유도 잡아먹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서방의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생각은 단지 느낌에 불과하다"며 "진짜 현실은 러시아군이 (동부 최전선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와 같은 곳에서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위에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지난해 대도시를 하나도 점령하지 못했으며, "수천 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하고도 시신은 수습도 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영국 국방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추세에서는 내년까지 러시아 사상자 수는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흑해 봉쇄를 돌파해 수백t 곡물의 운송로를 확보했다며 이는 "대단한 결과"라고 내세웠다.
아울러 러시아와 휴전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평화를 향한 러시아의 그 어떤 근본적인 조치"도 찾지 못했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인들은 동서남북의 도시에서 공습을 당했다면서 선을 긋는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는 지난 달 29일 122발의 미사일과 드론 36대를 동원해 하르키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테러 국가 행보만 보인다"며, 만약 러시아가 휴전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그들이 의로워서가 아니라, 미사일과 탄약, 준비된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우크라이나군의 계획에 대해서는 크림반도가 전쟁의 중심이 될 것이며, 동부전선의 주요 도시들을 방어하는 데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크림반도를 고립시키고 이 지역의 러시아 군사력을 약화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들의 공격을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곳으로, 개전 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요충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국제사회가 원하던 만큼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고, 모든 것이 기대한 대로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자평하면서도,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배하면 러시아는 다른 나라들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서방 일각에서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에게 자금을 주거나, 우리에게 무기를 주는 것은 여러분 스스로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은 여러분의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지 우리 아이들을 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끌고가도록 허용한다면 "그들은 다른 아이들도 끌고 갈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전세계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그는 여러분의 EU, NATO, 자유, 민주주의를 저녁 식사로 잡아먹을 것"이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유럽의 여러 국가의 정보기관이 러시아의 자국 영토 공격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 단합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라고도 촉구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군인들이 전선에 나가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관한 것"이라며 "이것은 모든 노력을 집결하는 문제이고, 그러한 집결이 국가를 지키고 영토를 탈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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