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에 태어나자마자 병원서 내몰려…50명과 한공간서 피란
"기저귀도, 우유도 부족해"…애타는 젊은 부모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새해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전쟁통에 네쌍둥이를 출산한 젊은 팔레스타인 부부의 애타는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AP와 AFP 통신, APTN 등 보도에 따르면 가자 남부 데이르 알발라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는 이만 알마스리(28)는 지난 달 18일 제왕절개를 통해 딸 둘과 아들 둘 네쌍둥이를 출산했다.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터졌을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이만은 남편과 다섯 아이를 데리고 북부 베이트 하눈의 집을 떠나 피란길에 나섰다.
자발리아 난민촌까지 5㎞가량 걸어서 이동한 뒤 남부 난민촌을 향해 다시 피란길을 떠난 이만은 AFP 통신에 "이동한 거리가 너무 길었다"며 피란길이 "임신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피란을 떠날 때는 1~2주 안에 전쟁이 끝나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는 결국 전쟁통에 출산까지 하게 됐다.
게다가 밀려드는 부상자에 병상이 부족한 병원에서 이만은 몸조리를 할 새도 없이 신생아들을 데리고 퇴원해야 했다.
이만과 그의 남편은 네쌍둥이 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한 명만 병원에 남겨둔 채 태어난 지 열흘 된 신생아 세 명과 다섯 아이를 데리고 남부 데이르 알발라 난민촌에서 피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원래 학교 건물이었던 난민촌에서 이들 대가족은 다른 피란민 50여명과 함께 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신생아에게 장미꽃을 띄운 물을 뿌려 탄생을 축하하는 것이 이곳 전통이지만, 현실은 이들을 씻길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만은 열흘째 아기들을 목욕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깨끗한 물과 우유, 기저귀 모두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라면 두 시간마다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겠지만, 기저귀가 부족해 아껴야 한다"며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밖에 기저귀를 갈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들은 깨끗한 옷과 침대, 온기 대신 공습으로 피어난 연기와 먼지, 수많은 피란민과 열악한 위생 상황으로 인한 질병의 위험에 둘러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만은 아기들이 며칠째 설사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 명은 황달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 아마르 알마스리(33)는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자식들에게 해줄 것이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있다고 했다.
아마르는 AFP에 "아이들이 걱정되는데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달을 앓는 딸 티아에게 모유 수유를 해주기 위해선 아내가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하고, 우유와 기저귀도 필요하지만 아무것도 구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한편 3개월 가까이 가자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가자 주민 2만1천여명이 사망했다고 가자 보건부가 최근 밝혔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피란민은 약 190만명으로 추산된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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